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22년 5월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인사청문회용으로 국회에 제출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개인자료가 유출됐다며 기자에 이어 현직 국회의원까지 압수수색하자 ‘윤석열 정부 2기 내각’의 국회 인사청문회부터 야당과 언론의 검증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오전 시작된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의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은 같은 사건으로 <문화방송>(MBC) 임아무개 기자의 자택과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한 지 6일 만에 재개된 강제수사다. 국회의원이 기자에게 인사청문 자료를 제공하는 행위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보는 셈이라, ‘국회의원-기자’ 간 협업이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언론이 의원실과 비공식적으로 협업해 검증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사적 용도로 정보를 사용하는 것이 문제다. 그게 아닌 것까지 문제 삼으면 지금까지 한 인사청문회가 모두 불법이 된다. 인사청문회 하지 말라는 뜻이냐”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실 소속 한 보좌관도 “언론과의 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야를 떠나 언론에 주의를 요청하며 광범위하게 공유해왔던 자료”라며 “개인정보보호법을 엄밀하게 적용하면 최악의 경우 앞으로 자료 공유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이 기자에게 인사청문 자료를 제공하는 행위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볼 것인지도 논란거리다. 경찰은 인사청문요청안 앞면에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권한 있는 자만 열람이 가능하고 타인에게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적혀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경찰 고위 인사는 “국회가 언론에 인사청문자료를 전달한 것이 관행이었다 하더라도 ‘위법한 관행’은 고쳐야 하지 않느냐”며 “의심되는 부분만 전달한 것도 아니고 자료를 통으로 넘긴 것은 문제”라고 수사 의지를 드러냈다. 반면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형식적으로는 법 위반이 맞지만, 특정인의 개인정보를 알고 싶어서 입수한 게 아니고 ‘공인 검증’이라는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았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이 예상하는 위반 사항’으로 보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국회의원의 자료 전달을 문제 삼는다면 사실상 모든 의원실과, 모든 국회 출입 기자들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데, 현 정권과 여러 사건으로 엮여 있는 최 의원과 임 기자 등이 첫 수사 대상이 된 점, 한 장관이 사건 피해자라는 점 등 때문에 수사 배경이 의심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 의원과 청와대 근무를 함께 한 민주당 소속 의원 21명은 성명서를 내어 “만약 유출된 정보의 당사자가 한 장관이 아니었다면, 언론사, 기자 개인, 국회의원까지 들쑤시며 압수수색을 했겠느냐”고 주장했다.
대부분 ‘벌금형’에 그칠 범죄 혐의 입증을 위한 수사 치고는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의원실에서 언론에 인청자료 원본을 주는 건 적절하진 않다. 의원실이 분석한 자료를 언론사에 주면서 제한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면서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은 대부분 벌금형으로 처벌하는데, 이를 위해 언론사와 국회의원실까지 압수수색하는 것에 대해서 과잉 수사라는 문제 제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 수사관들이 5일 압수수색을 위해 국회 의원회관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가윤 이지혜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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