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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뒤숭숭한 진실화해위…김광동 위원장 직원들에 “관리책임”

등록 2023-06-07 19:47수정 2023-06-07 23:39

방청신청 모두 안했다며 손팻말 시위도 “불미스런 일”
김광동 위원장이 지난 5월24일 오후 진실화해위 전체위원회 회의실로 들어가기 직전 입구에서 손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하던 시민단체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두 주 뒤 김광동 위원장은 이들 중 1명만 당일 방청신청을 했다고 문제 삼으며 관리책임을 묻겠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김광동 위원장이 지난 5월24일 오후 진실화해위 전체위원회 회의실로 들어가기 직전 입구에서 손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하던 시민단체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두 주 뒤 김광동 위원장은 이들 중 1명만 당일 방청신청을 했다고 문제 삼으며 관리책임을 묻겠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렇게 안 해도 되는데….” “잘 살펴봐 주십시오.”

지난 5월24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제55차 전체위원회가 열리는 대회의실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서 있는 이들에게 김광동 위원장이 다가가 먼저 한마디를 건넸다. 낮은 목소리로 나눈 짧은 대화였다. 이날 시민단체 회원들은 베트남 하미 학살 사건 조사개시를 요구하는 평화적인 침묵시위를 20여분간 진행한 뒤, 전체위원회가 시작하자 해산했다. 두 주 뒤 김광동 위원장은 이날 일과 관련해 “불미스런 일”이었다고 강한 어조로 말하면서 내부적으로 기강을 잡는 모양새를 취했다.

6월7일 오후 열린 제56차 전체위원회에서 김광동 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 5월24일 열린 55차 전체위원회에서 위원회의 질서가 지켜지지 않는 불미스런 점이 있었다”며 “내부적으로 조사를 진행해 관리책임 또는 개선방안을 강구 중에 있다”고 말했다. ‘관리책임’이라는 말은 징계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뉘앙스로 비친다.

지난 5월24일 오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제55차 전체위원회 심의·의결 과정을 비상임위원실에서 방청하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유가족들과 베트남 네트워크 회원들. 이날 비공개 회의가 방청객들에게 공개된 것은 예기치 않은 일이었다. 고경태 기자
지난 5월24일 오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제55차 전체위원회 심의·의결 과정을 비상임위원실에서 방청하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유가족들과 베트남 네트워크 회원들. 이날 비공개 회의가 방청객들에게 공개된 것은 예기치 않은 일이었다. 고경태 기자

김 위원장은 불미스런 일을 두 가지로 꼽았다. 하나는 대회의실 앞에서 손팻말을 들었던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베트남 네트워크) 회원 10여명의 침묵시위다. 김 위원장은 이들 중 방청신청을 한 인원이 1명 뿐이었다며 문제삼았다.

또 하나는 24일 비공개 예정이었던 전체위원회의 의결 안건 처리 과정이 방청객들에게 공개된 점이었다. 진실화해위의 전체위원회는 보고 안건과 의결 안건으로 진행되는데, 통상 관례적으로 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내부 운영과 관련된 보고 안건은 공개로 진행하고, 진실규명 결정과 관련한 의결 안건은 비공개로 진행한다.

방문객이 방청신청을 할 경우 진실화해위의 다른 회의실에서 대형 티브이로 전체위원회 영상을 보게 되는데, 비공개 시작과 함께 영상이 꺼진다. 그런데 이날 예기치 않은 일이 생겼다.

5월24일 비공개 예정이었던 전체위원회 안건 심의 의결 상황이 방청객들에게 공개된 과정은 당일 <한겨레>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바 있다. 처음에는 전체위원회가 열리는 대회의실 옆 중회의실에서 20여명에 이르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유가족들과 베트남 네트워크 회원들이 방청을 하려했으나 영상 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모두 비상임위원실로 옮겨 방청하게 됐다. 그러나 10분도 안돼 회의가 비공개 전환이 되고 영상이 꺼지며 퇴장을 요구받는 상황이 벌어졌다. 대부분이 80대인 한국전쟁 유가족들이 “지방에서 새벽4시에 일어나 버스 타고 왔는데 지금 장난하는 거냐”며 직원들에게 강하게 항의했고, 전체위원회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김광동 위원장을 만나고 가겠다며 자리를 지키던 한 유족이 무료하다면서 켠 티브이에 전체위원회 영상이 공개된 것이었다.

이날은 전체위원회에서 여야 추천 위원들이 격론 끝에 표결까지 간 베트남 하미 학살 조사 관련 의결이 있던 날이었다. 방청객들은 각 위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구체적인 발언 내용을 모두 듣고 거수로 표결을 하는 장면까지 생생히 지켜봤다.

진실화해위 기본법 제13조는 ‘의사의 공개’와 관련해 “위원회의 의사는 공개한다. 다만 위원회 또는 소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두 달에 걸쳐 전체위원회를 방청해 본 결과, 대다수의 방청객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유가족들이었다. 한국전쟁 유가족들은 개별적으로 한국전쟁과 관련한 사건의 진실규명을 신청한 뒤 위원회에서 검토되는 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전체위원회 방청을 신청했다가 대부분 20여분에 불과한 운영 보고 내용만 접하고 발걸음을 돌리기 일쑤였다.

6월7일 진실화해위 56차 전체위원회를 앞두고 서울 중구 퇴계로 남산스퀘어빌딩 6층 진실화해위 앞에는 방청신청을 확인하는 절차가 진행됐다. 그 전에는 없던 일이다. 고경태 기자
6월7일 진실화해위 56차 전체위원회를 앞두고 서울 중구 퇴계로 남산스퀘어빌딩 6층 진실화해위 앞에는 방청신청을 확인하는 절차가 진행됐다. 그 전에는 없던 일이다. 고경태 기자

김광동 위원장의 이날 발언과 관련해 전체위원회에서 이상훈 상임위원은 “인원부족에서 기인한 일이다 . 베트남 관련 시민단체의 손팻말 시위는 (여러 명이 온다는 사실을) 위원장실에 전달했으나 위원장에게까지 전달이 안 된 것 같고, 비공개 회의가 공개된 것은 일종의 돌발상황이었다 ” 면서 “ 이 두 가지에 대해 직원들의 책임을 묻거나 과도한 대응을 하게 될 경우에는 차후 위원회가 성실한 조사 활동을 하는 데 큰 장애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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