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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위생불량 공간에 낯선 사람들과 같이 구금…“아동 학대”

등록 2023-06-13 18:09수정 2023-06-14 01:15

외국선 금지된 ‘아동 구금’…불법체류 몰이로 늘어나
4월 19일 수원 출입국·외국인청 보호실에 성인 남성들과 함께 구금된 ㅌ(3)군이 식사를 거부하고 벽을 보고 앉아 있는 모습. 공익법센터 어필 제공
4월 19일 수원 출입국·외국인청 보호실에 성인 남성들과 함께 구금된 ㅌ(3)군이 식사를 거부하고 벽을 보고 앉아 있는 모습. 공익법센터 어필 제공

법무부는 지난 8일 2023년 2차 ‘불법체류 외국인’ 정부 합동단속을 예고하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단속 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준수하고, 인권 보호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각 지역의 출입국·외국인청이 경쟁적으로 미등록 체류자를 단속하면서 ‘인권’이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이주민 인권 단체들은 지난 3월 헌법재판소가 ‘강제퇴거 대상 외국인의 무기한 구금을 허용한 출입국관리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을 내린 뒤에도 법무부가 무기한 구금을 개선할 의지를 보이지 않으며, 미성년자 구금도 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몽골인 ㅌ(3)군 외에도 모로코 국적의 여성 ㄷ(29)씨가 아들 ㅋ(6)군과 지난달 22일께 경찰의 단속에 적발돼 인천출입국·외국인청 보호소에 강제 구금이 됐고, 20일 넘게 구금된 뒤 보호 일시해제를 요청했지만 거부됐다.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미등록 체류 이주민 자녀의 구금은 2010년 이명박 정부 때 처음 수면 위로 떠올랐다. 몽골인 ㄱ(당시 37살)씨는 “단속을 당하여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보호조치가 됐는데, 가족 중 3개월밖에 되지 않은 어린 자녀가 있었지만 출입국사무소는 위생시설이 불량하고 사람들이 많은 외국인보호실에 자녀와 함께 구금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당시 인권위는 “외국인보호소(보호실 포함)가 유아·아동에 대하여 별도의 조치를 강구하지 않은 상태로 구금하는 것은 유엔아동권리협약 등 관련 규칙 위반”이라며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성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법무부 장관에게 아동의 구금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가족 보호에 적합한 별도 시설을 마련할 것 등을 권고했다.

4월 19일 수원 출입국·외국인청 보호실에 구금된 ㅇ(22)씨가 잠든 아들 ㅌ(3)군을 꼭 안아주고 있다. 공익법센터 어필 제공
4월 19일 수원 출입국·외국인청 보호실에 구금된 ㅇ(22)씨가 잠든 아들 ㅌ(3)군을 꼭 안아주고 있다. 공익법센터 어필 제공

하지만 개선은 더뎠다. 화성·청주외국인보호소 등에는 가족 보호를 위한 별도의 공간이 마련됐으나, 일반 출입국청의 외국인 보호실에는 아직 가족 보호를 위한 공간이 없다. 2020년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법무부가 “미성년 이주아동의 보호 조치 및 보호 기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현 정부 출범 이후 14살 미만 아동을 보호명령한 사례는 없다”고 밝힌 게 전부다.

인권 단체들은 미성년, 특히 아동 구금은 아동복지법이 금지한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유엔 이주민 인권 특별보고관이었던 프랑수아 크레포는 “짧은 기간의 구금이라고 할지라도 매우 심각하고, 오랫동안 신체적·정신적 건강과 안녕을 포함한 아동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본국 또는 통과국에서 경험한 이전의 트라우마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외에선 아동 구금을 금지하거나 기간을 최소화하는 추세다. 아일랜드 이민법은 어떠한 경우에도 18살 미만의 아동을 외국인보호소에 구금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아르메니아, 아이슬란드 등도 마찬가지다. 스위스는 15살 미만의 아동 구금을 금지하고, 몬테네그로는 16살 미만 아동의 구금을 금지한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는 “유엔을 비롯한 글로벌 스탠더드는 확고하게 ‘아동을 구금하면 안 된다’는 원칙이 확립돼 있다”며 “한국도 정부 차원에서 아동을 구금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관련 법을 정비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2011년 5월 서울 종로구 북촌로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불법체류 외국인 긴급보호, 강제퇴거 위헌' 헌법소원 공개변론에서 필리핀 출신 미셸 씨가 굳은 표정으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2011년 5월 서울 종로구 북촌로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불법체류 외국인 긴급보호, 강제퇴거 위헌' 헌법소원 공개변론에서 필리핀 출신 미셸 씨가 굳은 표정으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 관계자는 “헌법재판소에서 이주민에 대한 무기한 구금이 위헌 결정이 난 뒤로 ‘보호 외국인 처우 법률’을 만들고, 위탁 시설 등을 정비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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