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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버스기사에 “타이어 아껴 써”…새 주인에게 안전은 뒷전

등록 2023-06-21 05:00수정 2023-06-21 21:34

[준공영제 버스 삼킨 사모펀드]
차파트너스, 56대 운영 명진교통 인수
“비용절감” 차고지 더 열악한 곳 이전
리프트조차 없어 “여긴 모든 게 불법”
정비직 업무량 폭증 증언도
지난 7일 인천 서구 가좌동 차고지에서 시영운수와 세운교통이 같이 쓰는 정비소의 모습. 버스를 들어올려 정비할 수 있는 리프트 기계가 설치돼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7일 인천 서구 가좌동 차고지에서 시영운수와 세운교통이 같이 쓰는 정비소의 모습. 버스를 들어올려 정비할 수 있는 리프트 기계가 설치돼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곳은 같은 가좌동 차고지에서 명진교통이 쓰는 땅인데, 아무런 시설이 없는 콘크리트 바닥이 정비소이고, 왼쪽 간이 천막은 창고로 쓰인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곳은 같은 가좌동 차고지에서 명진교통이 쓰는 땅인데, 아무런 시설이 없는 콘크리트 바닥이 정비소이고, 왼쪽 간이 천막은 창고로 쓰인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7일 인천 서구 가좌동. 버스회사 명진교통의 차고지에 들어서자마자 지린내가 코를 찔렀다. 이 차고지에는 이동식 간이 화장실이 있는데, ‘푸세식’인데다 환기 시설도 없다 보니 악취가 심해 아무도 쓰지 않는다. 명진교통은 버스 56대를 운영하는데, 이 차고지에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버스회사가 갖춰야 할 정비소도 없다. 정비사들은 버스를 수리할 때 버스를 들어올릴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지도 않은 맨땅에서 일한다.

2019년 사모펀드 운용사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에 인수된 명진교통은 2021년 차고지 비용을 절감한다며 기존 차고지 임대 계약을 해지하고 이곳으로 옮겨왔다. 그러면서 이곳에 있는 다른 버스회사 2곳의 정비소와 세차 시설을 임차해 쓰겠다고 신고해 인천시의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정비소에 설치된 리프트는 명진교통이 소유한 버스의 하부 구조에 맞지 않아 쓸 수가 없다. 한 명진교통 노동자는 “밥 먹는 곳, 화장실과 정비소 문제를 계속 얘기해도 바뀌지 않는다”며 “‘기본 시설을 갖춰놓고 영업하라’고 요청해도 (회사가) 투자하지 않는다. 여기는 모든 게 불법”이라고 말했다.

버스회사를 인수한 사모펀드 운용사가 이익 극대화 과정에서 시민 안전과 직결된 버스 정비 시설을 허위로 신고하고, 정비 인력도 쥐어짜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한겨레>가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차파트너스가 작성한 투자제안서 등을 입수해 살펴보니, 차파트너스는 지방자치단체 재정 지원금 정산 기준인 표준운송원가 구조를 이용해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었다.

표준운송원가는 △직접비(운전직 인건비, 연료비, 차량 감가상각비) △간접비(타이어비, 부품 구입 및 수리비, 정비직 및 관리직 인건비, 차고지비) △기본 및 성과 이윤으로 구성되는데, 직접비는 실비 정산이어서 추가 이윤을 낼 수 없다. 이에 차파트너스는 간접비 항목을 절감해 이윤을 창출한다. 관리직 인력을 줄이고 대량으로 구매한 버스 부품을 아끼거나 차고지를 통폐합해 비용을 줄이는 전략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정비소가 없는 차고지에 버스를 몰아넣고 비용을 무리하게 절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차파트너스는 차고지 비용을 아끼기 위해 인천 버스회사 9곳 중 7곳을 가좌동과 항동 복합 차고지로 급하게 이전했다. 이 과정에서 명진교통 사례와 같은 법 위반이 발생했다.

타이어와 정비 부품 비용 절감을 위해 “마른걸레에서 짜내려는” 행태도 보인다. 서울의 ㄱ사 버스기사는 “사장이 부품을 전보다 더 아껴 쓰라고 한 뒤 와이퍼가 없어서 교체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며 “‘와이퍼가 없다’는 정비사와 ‘교체해달라’는 운전기사가 다투기도 했다. 정비사가 부품을 적게 쓰면 인센티브를 받았다는 말도 들었다”고 말했다. ㄴ사 직원도 “회사가 타이어 교체를 놓고 ‘양쪽을 써라. 앞뒤 돌려쓰라’고 말해 ‘차량 쏠림 현상으로 사고 나면 책임 전가나 하지 마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정비직 업무량이 폭증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ㄷ사 버스기사는 “정비직들이 쉴 시간이 없도록 만들어 놨다”며 “정비직은 계약직이다 보니 말 한마디 잘못하면 잘린다는 걸 알아서 회사가 시키는 대로 한다”고 말했다. ㄹ사 버스기사도 “버스 65대에 정비사가 6명밖에 안 된다. 시민 안전을 위한다면 정비사를 늘려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천 버스 ㅁ사의 한 정비직 노동자는 “이전에는 정비만 했는데 인수 후에는 각종 주간·월간 계획을 보고하고 부품 수급 현황을 점검하는 사무 업무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그리니치프라이빗에쿼티도 선진운수 인수 자금을 모집하며 ‘신규 차고지 이전으로 정비직 1명, 배차직 2명, 용역직 5명 등을 감원하겠다’는 내용을 투자제안서에 담았다. 실제 선진운수는 그리니치에 인수된 뒤 전 차량을 ‘현금 없는 버스’로 전환하고 ‘현금통’ 관리 직원 4명을 줄였다.

차파트너스는 <한겨레>에 보낸 답변서에서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서 낙후된 시설(정비시설, 운전사원 휴게실, 화장실 등)들을 교체 혹은 신규로 구비했으며 전문 케이터링 업체에 위탁 운영해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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