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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준공영버스에 대기업·금융사 투자…‘공공성 훼손’ 알면서

등록 2023-06-19 05:00수정 2023-06-29 16:41

[준공영제 버스 삼킨 사모펀드]
지자체 재정 지원받아 배당 잔치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원을 토대로 운영되는 버스 준공영제에 뛰어든 사모펀드에는 금융회사와 대기업들이 수천억원의 자금을 댔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차파트너스)은 2019년부터 올해 4월까지 3242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조성했다. 1호 펀드 505억원, 2호 514억원, 3호 600억원, 4호 1623억원 등이다. 이 가운데 42%(1350억원)는 대기업과 금융회사의 투자금이었다. 나머지 58%(1892억원)는 교보생명, 케이비(KB)손해보험, 케이비생명보험(현 케이비라이프생명), 케이디비(KDB)생명보험, 엔에이치(NH)농협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등에서 대출을 받았다. 이 보험회사들이 2021년 9월부터 올 1월까지 챙긴 이자 수익만 80억원이 넘는다.

1~3호 사모펀드 주요 투자자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하나·신한·애큐온 캐피탈, 에이제이(AJ)네트웍스, 케이엔엘텍 등이다. 차파트너스의 투자 제안서를 보면, 1~3호 펀드 투자자들은 해마다 투자금 수십억원의 6~18%에 이르는 배당금을 챙겼다. 4호 사모펀드에는 한국투자증권, 엔에이치농협손해보험, 케이디비캐피탈, 수협중앙회, 롯데카드, 지에스(GS), 에이제이네트웍스 등 금융회사와 대기업이 각각 50억~150억원을 투자했다.

차파트너스는 4호 사모펀드 목표 수익률로 ‘투자금의 연 6% 이상 배당’, ‘엑시트(투자금 회수) 시점 최종 수익률 15% 이상’을 설정했다. 엔에이치농협손해보험과 수협중앙회는 2022년 한 해에만 29억9천만원을 투자해 3억500만원을 배당금으로 챙겼다. 선진운수를 인수해 차파트너스와 공동 경영에 나선 사모펀드 운용사 그리니치프라이빗에쿼티는 펀드 목표수익률을 ‘투자금의 연 11.2% 배당’, ‘엑시트 시점 최종 수익률 12.2~22.2%’로 잡았다. 그러면서 선진운수 인수 자금 1095억원 가운데 54%(590억원)를 연 5% 이율로 한국증권금융에서 빌렸고, 나머지 46%(505억원)는 과학기술인공제회·신한은행·한국투자증권·오케이(OK)캐피탈·한국증권금융 등으로부터 투자받았다. 여기에 가장 많은 투자금(180억원)을 댄 과학기술인공제회는 배당으로만 2022년 18억원, 2023년 4억원을 받았다. 80억원을 투자한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배당으로 9억6천만원을 챙겼다.

기관 투자자와 금융회사들은 투자 전에 공공성 훼손 논란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투자금 회수 가능 여부만 판단했다. 비영리법인인 수협중앙회는 내부 투자 심사보고서에서 “공적 재정지원 자금이 사모펀드의 이익으로 유출돼 공공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논란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면서도 “(버스회사) 최대 주주가 사모펀드임에도 (지자체가)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투자를 강행했다. 수협 관계자는 “어민들 출자금으로 투자했기 때문에 투자 회수 가능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공공성 훼손 관련 내용을 검토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한겨레>에 “시민 생활의 필수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중교통 운송 인프라 사업인 점을 감안해 투자했다”며 “서울시의 재정지원 부담 증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고, 투자에 따른 대형화를 통해 운영 효율화로 서울시의 재정지원금을 감소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투자 효과 또한 확인했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인공제회도 <한겨레>에 “신형 차량이나 노선 개발 등에 투입한다고 제안해 투자했다”며 “서울시 보조금이 아니라 해당 사업이 수익을 계속 발생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의 설명과 달리 사모펀드가 버스 준공영제에 진입한 뒤 버스 운영 재투자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재정지원금은 폭증하고 있다.

차파트너스 김석원 상무는 <한겨레>와 만나 “외국에서는 기관 투자자의 자금이 유입돼 버스 산업이 선진화된 사례가 흔히 있다.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받았기에 버스회사를 개선시키고 투입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며 “금융기관이 국민들로부터 받은 돈을 투자한 다음 수익을 창출해 국민에게 다시 돌려주는 선순환 구조를 생각해 투자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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