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부일로 소신여객 버스회사 차고지에서 현재 감차가 진행 중인 노선인 5-4번 버스가 충전소로 향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수원과 화성, 부천 등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 시내버스 회사들을 무더기로 사들인 사모펀드 운용사가 차고지와 충전소 등을 매각하는 대신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공영차고지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는 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해 준공영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사모펀드 운용사는 준공영제 도입이 미뤄지고 있는 틈새를 노려 저수익 버스 노선을 폐지하면서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겨레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금융감독원과 경기도, 새마을금고중앙회 등으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종합하면, 사모펀드 운용사인 자비스자산운용(자비스)과 엠씨파트너스(엠씨)는 2021년부터 수원 2곳(수원여객, 용남고속), 화성 4곳(경진·남양·제부여객, 화성운수), 부천 1곳(소신여객) 등의 버스회사를 인수해 소유하고 있다. 이들은 수원과 화성에서 버스 인가 대수를 기준으로 78%(719대), 46%(257대)를 보유해 시장 지배자의 지위를 확보한 상태다. 자비스와 엠씨는 2021년 7월 새마을금고중앙회(680억원)와 엠캐피탈(120억원) 등으로부터 모두 1040억원을 투자받고, 300억원은 대출을 받아 올해 초까지 버스회사 7곳을 순차적으로 사들였다.
버스회사 7곳이 보유한 노선 대부분은 버스 운영을 시장 자율에 맡기되 지자체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민영제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화성 경진여객과 수원 용남고속이 가진 일부 저수익 노선은 준공영제가 도입돼 지자체가 운송 원가 및 성과 이윤을 보장하고 있다. 경기도는 경기도형 버스 준공영제인 ‘시내버스 공공관리제’를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인데, 최근 도입 시기가 2025년에서 2027년으로 미뤄졌다. 이런 상황에서 자비스와 엠씨가 자산 매각과 저수익 노선 폐지 등으로 대중교통 공공성을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자비스와 엠씨는 우선 버스회사의 핵심 자산인 차고지를 매각했다. 수원여객은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 차고지를 매각해 2021년 12월 367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는데, 자비스와 엠씨는 이 가운데 240억원을 버스회사 인수를 위해 쓴 대출금을 갚는 데 썼다. 하나금융투자 등으로부터 300억원을 빌리면서 대출 약정상 ‘자산 매각에 따른 의무 조기상환 규정’을 이행한 것이다. 이들이 판 차고지에는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수원시는 지난 8월 해당 부지에 공동주택(아파트) 건축 허가를 내줬다.
문제는 수원여객이 이 연무동 차고지 매각으로 버스 주차 공간이 줄어들면서 대신 수원시가 소유한 공영차고지를 이용하고 있는 점이다. 영세 버스회사가 저렴한 가격에 임차할 수 있도록 수원시 재정을 투입해 만들어둔 공영차고지인데, 자산 매각으로 수백억원의 수익을 낸 버스회사가 사용하게 된 것이다. 특히 자비스와 엠씨는 다른 버스회사들의 차고지도 같은 방법으로 매각을 계획하고 있다. 자비스와 엠씨의 투자제안서를 보면, 용남고속 소유의 신갈 차고지, 수원여객 소유의 곡반정동 차고지(262억원), 경진여객 소유의 안녕동 차고지(37억원) 등을 순차 매각하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자비스와 엠씨는 전기와 천연가스 충전소도 지난 4월 대기업 계열사에 매각했다. 이들이 지난 3월 투자자에게 보낸 보고서를 보면, 수원여객과 소신여객의 전기·천연가스 충전사업부를 합쳐 새로 설립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 기업 에스이(SE)모빌리티 지분 51%를 엘에스(LS)그룹 계열사인 엘에스이링크에 팔겠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가 나오고 두달 뒤 엘에스이링크는 실제로 에스이모빌리티 지분 51%를 450억원에 인수해 1대 주주가 됐다. 자비스와 엠씨는 나머지 주식으로 매년 29억원의 배당금을 챙긴 뒤 이 주식 또한 엑시트(투자금 회수) 시점에 최대 500억원에 매각할 계획이다.
하지만 자비스와 엠씨는 되레 전기버스는 무더기로 도입하면서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을 타내고 있다. 환경부와 지자체는 버스회사가 전기버스를 살 때 보조금을 지급한다. 1대에 3억2천만원인 중국제 전기버스는 자기부담금 1억원을 내면 나머지 2억2천만원은 보조금을 받아 구입할 수 있다. 새마을금고 대체투자본부가 작성한 보고서는 “(사모펀드 운용사가) 2025년까지 총 190대의 전기버스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자비스와 엠씨는 경기도 버스회사 7곳을 인수한 뒤 전기버스를 200대 가까이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하면, 사모펀드 운용사가 멀쩡한 버스회사의 차고지를 매각해 수익을 올리는 대신 공영차고지를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전기버스 도입으로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타내면서도 정작 전기와 천연가스 충전소를 매각하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14일 오후 경기 부천시 부일로 소신여객 버스 회사 차고지에 현재 감차가 진행중인 노선인 5-3 버스가 서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사모펀드로 넘어간 버스회사들은 저수익 노선을 달리는 버스는 감차하거나 적자 노선을 지자체에 떠넘기기도 했다.
2021년 7월 자비스와 엠씨에 인수된 남양여객과 제부여객은 지난해 ‘적자 및 이용 수요 저조, 운전직 수급 불가’ 등의 사유를 들어 각각 4개씩 모두 8개의 노선을 화성시에 반납했다. 화성시는 이 적자 노선을 화성도시공사가 위탁 운영하는 방식으로 버스 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자비스와 엠씨가 지난 5월 인수한 소신여객은 여러 해에 걸쳐 저수익 노선 버스를 줄이고 있다. 자비스와 엠씨는 소신여객 인수 전 투자자들에게 “2022년 기준 저수익 노선 12개의 버스 36대를 2027년까지 0대로 감차해 단계적 폐선(노선 폐지)을 추진하겠다”며 “지자체 또한 운수종사자 부족 이슈를 반영한 인가 대수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적정 수준의 감차 요구는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후 소신여객은 실제로 5-3번, 5-4번, 8번, 11번, 25번 등 모두 5개의 버스 노선을 ‘감차 대상 노선’으로 꼽고 감차 및 노선 폐지 작업에 착수했다. 소신여객은 지난 5월 “코로나19로 인한 이용 수요 감소와 적자 누적, 운수종사자 충원의 어려움을 감당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11번 버스 노선을 폐지했다. 5-3번과 5-4번 노선 또한 각각 버스 5대씩 운영하는 걸로 인가를 받았지만, 부천시에 ‘일부 휴업’을 신청해 각각 3대와 4대로 줄여서 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소신여객 관계자는 “운전직 인력을 충원해도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다 보니 (버스 운행 대수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하철 1호선 부천역 북부를 기점으로 7호선 상동역을 오가는 5-3번과 부천체육관을 오가는 5-4번 노선은 대체 노선이 없어 노선이 폐지되는 순간 시민들이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천시 관계자는 “민영제에서는 (노선 폐지 신청을 받으면) 대체 노선이 있는 노선에 한해 노선 폐지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11번 버스 노선은 같은 회사에 유사한 노선이 있지만, 5-3번과 5-4번 버스는 단독 노선이어서 버스회사가 운영을 포기하면 시에서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노선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자비스와 엠씨는 이런 식으로 수익 극대화를 추구한 뒤 2027년 7월까지 최종 수익률을 최소 10.3%에서 최대 13.2%까지 내고 엑시트할 계획이다. 이 사모펀드의 최대 투자자인 새마을금고는 투자 결정 당시 작성한 내부 검토보고서에서 투자 수익률을 최소 14.3%에서 최대 19.5%까지 내다보기도 했다. 자비스와 엠씨는 지난 6월 투자자들에게 처음 53억1천만원을 배당했는데, 가장 많은 돈(680억원)을 투자한 새마을금고는 이 가운데 76.8%인 40억8천만원을 배당금으로 챙겼다.
자비스와 엠씨의 투자 제안서에는 2025년 2분기부터 버스회사들을 국내외 펀드나 대형 운수업체에 공개 매각하겠다는 계획도 담겨 있다. 매각 대상 국내 펀드로는 서울·인천·대전 등의 시내버스 회사를 무더기로 인수해 전국 최대 준공영제 버스 사업자로 거듭난 사모펀드 운용사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1천여대 규모의 고속버스와 시내버스 등을 보유한 코리아와이드파트너스 등이 제시돼 있다. 한겨레는 지난 6월
‘준공영제 버스 삼킨 사모펀드’ 보도를 통해 지자체로부터 재정지원금을 받아 수백억원대 배당 잔치를 벌이고, 차고지 매각과 개발을 통해 수익 극대화를 계획한 차파트너스의 문제적 행태를 지적한 바 있다.
이런 방식으로 버스회사가 사모펀드에 거듭 팔리면서 부실화가 심각해지고 있다. 애초 수원여객과 소신여객은 다른 사모펀드를 통해 경영 효율화를 진행하다가 자비스와 엠씨에 매각됐다. 이후 자비스와 엠씨가 차고지 매각 등으로 수익을 극대화한 뒤 투자금을 회수하고 또 다른 사모펀드에 버스회사를 매각하면, 인수한 사모펀드가 또다시 버스회사를 쥐어짜 수익을 극대화하고 엑시트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버스회사의 공공성은 점점 후퇴한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사모펀드가 버스회사를 인수하면서 돈 안 되는 노선을 폐지하거나 운행을 축소하는 일이 발생하면 재정이 투입된 공공교통 서비스가 결국 이윤 추구의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종윤 의원은 “사모펀드가 버스회사를 인수한 뒤 비용 절감과 수익 극대화에만 치중한 나머지 교통복지의 취지를 완전히 무력화 시키고 있다”며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에 진출하는 사모펀드에 대한 제재 수단, 금융감독원의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비스와 엠씨는 경기도 버스의 공공성 저하 우려에 대한 한겨레의 거듭된 해명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다만 엠씨는 최종윤 의원실을 통해 “차고지 매각 건은 인수 이전에 추진돼 잔금만 받았을 뿐, 직접 매각한 것은 아니다. 대체 차고지를 확보하고자 공영차고지를 이용했고 이 또한 지자체와 협의해 진행했다”고 밝혔다. 적자 노선 폐지 등에 대해서는 “비인기 노선의 감차로 시민들의 불편함이 늘어난다는 비판은 고민하겠지만, 버스회사 대형화를 통한 경영 효율화 등의 이점도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주요 투자자인 새마을금고 쪽은 한겨레 질의에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일반 시민에게 제공되는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해 정부 및 지자체의 재무 부담을 완화하고 국민 교통복지에 이바지하고자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