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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김광동을 위한 ‘이념 전쟁터’ 된 진실화해위, 내부 시스템이 무너졌다

등록 2023-06-22 09:23수정 2023-06-22 20:36

[인터뷰] ‘국정원 출신 조사1국장 내정’ 제보 이상훈 진실화해위 상임위원
이상훈 상임위원이 21일 열린 진실화해위 제57차 전체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상훈 상임위원이 21일 열린 진실화해위 제57차 전체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국가정보원(국정원) 대공수사3급 공무원 출신이 진실화해위 조사1국장에 내정됐다”는 사실을 <한겨레>에 알린 제보자가 실명을 밝히고 입을 열었다. 지난 4월21일부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2소위 위원장(차관급)을 맡은 이상훈 상임위원은 21일 <한겨레>에 “통상 내부의 시스템을 존중해야겠지만 지금은 내부 견제시스템이 무너져 부득이 제보하게 됐다”며 “위원장이 피해자를 외면한 채 위원회를 이념 전쟁터로 만들면서 위원회가 외부로부터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상임위원은 “21일 전체위원회가 끝난 오후 5시께 위원장 지시를 받은 운영지원과장이 찾아와 정보유출 확인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고 유출이라는 말은 적절치 않아 서명을 거부했다”면서 “제보 경위를 밝히기 위해 인터뷰에 응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지난 14일 이 상임위원의 제보를 바탕으로 “진실화해위는 조사1국장에 해당하는 별정직 공무원(고위공무원 나급) 채용 절차를 진행해, 국정원 출신 인사를 조사1국장 후보에 내정하고 대통령실에 인사검증을 요청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보도가 나간 뒤 진실화해위 내부에서는 제보자 색출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실화해위 홍보팀은 <한겨레>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으며 진실화해위 사무처 소속 운영지원과장 ㄱ씨는 <한겨레> 기자에게 ‘(정보취득 과정에 대한) 수사의뢰를 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정원 출신 해당 인사가 20일 면접시험 결과 최종합격하면서 보도는 사실로 재확인됐다.

이 상임위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2소위는 1소위가 관할하는 한국전쟁 관련 사건 이외의 인권유린·조작 사건을 담당한다. 이 상임위원은 변호사 출신으로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장,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 등 경제와 복지·인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해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조사1국장에 국정원 출신 공무원이 내정됐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되었나.

“2소위 산하 조사6과장 면접결과를 문의하는 과정에서 1국장 면접결과도 함께 보고받았다. 면접을 마쳤고 국정원 3급간부 출신이 될 것 같다는 보고를 받고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통상 내부의 시스템을 존중해야겠지만 지금은 내부 견제시스템이 무너져서 부득이 제보를 하게 되었다.”

―내부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위원장의 독단적인 조직운용이 심해지는 상황이다. 진실화해위는 상명하복식 행정기구가 아니라, 여야 추천 위원들이 독립적인 지위에서 함께 논의해서 의사결정을 하는 곳이다. 그런데 최근 베트남 하미사건 조사 건에서 처음으로 다수결 표결을 강행했고, 조사 과장이 조사관들에 대한 명예를 훼손하고 위원회 설립취지를 무시하는 발언을 해도 방관했다. 밖에서는 위원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지 않은 채 위원장 개인의 소신을 여과 없이 말하고 다닌다. 국정원 출신 내정 보도가 나간 뒤엔 야당 추천 상임위원에게 <한겨레> 보도에 대한 확인서를 들이 밀었고, 위원회 내부 직원들을 상대로 광범위하게 제보자 색출 조사를 하면서 조사관들을 위축시키고 있다. 야당 추천 상임위원으로서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조사관들이 위축된 상태라는 이야기는 최근 자주 들었다.

“과거사 조사의 특성상 명확한 증거가 부족할 때가 많다. 한국전쟁 관련 사건들은 목격자 등 참고인이 세상을 떠난 경우가 적지 않다. 조사관들이 자기검열이 심해져서 논쟁이 될 만한 조사는 소극적으로 임할 가능성이 커졌다. 조사1국의 경우 안건 상정을 계속 보류하면서 조사관들이 알아서 조사범위를 축소하고 있다고 들었다.”

―조사1국장에 국정원 출신이 오면 뭐가 문제인가.

“위원장 개인의 소신이 실제 실행으로 옮겨가는 큰 흐름 속의 일이라고 본다. 현 정부의 과거사 인식 분위기까지 고려하면 앞으로 위원회의 진실규명 조사가 소극적으로 될 위험이 높다. 이번에 조사1국장 채용면접에서 최종합격한 국정원 출신 간부는 주로 대공수사분야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사건도 순수한 희생자 아닌 부역자를 가린다는 명분으로 편향된 기준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과거사 사건도 안기부(국정원)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건이 많기 때문에 자료 유출 등 다양한 경로로 진실 규명조사가 방해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위원장의 개인 소신 때문에 위원회의 성과가 묻히고 있어서 안타깝다. 위원회는 형제복지원, 선감학원, 서산개척단 사건 등 우리나라의 압축 성장과정에서 피해를 본 많은 분들을 위한 진실 규명을 했고, 현재도 덴마크 해외 불법입양 사건 등을 조사하고 있다. 위원회가 국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조사관들이 묵묵히 사건을 조사하고 있고, 많은 피해자들이 위원회의 조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위원장이 피해자를 외면한 채 위원회를 이념 전쟁터로 만들면서 위원회가 외부로부터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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