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단독] 민간인 학살 피해보상에 “정의 아니다”…김광동 망언

등록 2023-06-09 14:48수정 2023-06-11 02:30

진실화해위원장이 설립 취지 정면 부정
“침략자에 의한 희생 더 고귀…먼저 보상받아야”
“적대세력 희생자 유족, 보상받으려 거짓말” 발언도
지난 5월25일 오전 서울 중구 퇴계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6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진실화해위 2주년 맞이 기자간담회에서 김광동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지난 5월25일 오전 서울 중구 퇴계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6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진실화해위 2주년 맞이 기자간담회에서 김광동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이 9일 한국전쟁 전후 시기에 불법적으로 이뤄진 민간인 집단사망 사건의 피해자들이 보상받는 것과 관련해 “심각한 부정의”라고 말했다.

국가에 의한 인권유린과 폭력의 진실을 밝혀낸다는 진실화해위의 수장이 그 설립 취지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발언을 한 것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김 위원장이 평소 가져온 극우적 세계관을 극명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 “침략자 맞선 군인이 낳은 피해 보상, 이런 나라 없어”

김광동 위원장은 이날 오전 7시30분 서울 중구 수표로 영락교회 50주년 기념관 503호에서 ‘6·25전쟁 한국기독교의 수난과 화해’라는 제목으로 20여분간 강연했다. 진실화해위 내부에 보고된 위원장 공식 일정이었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임석순 목사)가 주최한 월례조찬 기도회의 발표 자리였다. 문제의 발언은 질의응답 시간에 나왔다.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이 9일 오전 7시 반 서울 영락교회 50주년 기념관 503호에서 ‘6·25전쟁 한국기독교의 수난과 화해’라는 제목으로 강연하고 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이 9일 오전 7시 반 서울 영락교회 50주년 기념관 503호에서 ‘6·25전쟁 한국기독교의 수난과 화해’라는 제목으로 강연하고 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김 위원장은 “침략자에 맞서서 전쟁상태를 평화상태로 만들기 위해 군인과 경찰이 초래시킨 피해에 대해 (희생자) 1인당 1억3200만원의 보상을 해주고 있다. 이런 부정의는 대한민국에서 처음 봤다. 지구상에서 이런 나라가 있어 본 예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침략자에 의해 초래된 희생은 감추고, 침략을 막는 과정에서 발생한 민간인 희생을 ‘국가범죄, 국가폭력’이라는 이름으로 교육하고 1억3200만원씩 보상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전쟁기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자 유족 중 1기 진실화해위(2005~2010년)의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이들은 이후 국가를 상대로 배·보상 소송을 진행했고, 승소할 경우 보상금을 받아왔다. 평균보상금은 최소 8000만원에서 최대 1억3200만원이었다.

김복영 한국전후 민간인희생자 전국유족회 회장은 “한국전쟁 직후 후방에서 군인들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이 국가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나. 그때 희생된 분들이 국가에 대항해 총이라도 들고 싸웠는가. 참으로 어이없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 “사법부 판결 따른 보상, 이제 와서 무슨 소리”

김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2021년 2월 상임위원 때부터 강조해온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 사건 처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기조의 연장선에 있다.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이란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과 지방 좌익, 빨치산 등에 의해 민간인이 희생된 사건을 가리킨다.

지난 4월 11일 오후 충주 호암동 충주 국민보도연맹 사건 유해발굴 사업 개토제 현장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전국유족회 회원들과 이야기하는 김광동 위원장(마이크 든 사람). 이날 김 위원장은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진실규명과 함께 배·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고경태 기자
지난 4월 11일 오후 충주 호암동 충주 국민보도연맹 사건 유해발굴 사업 개토제 현장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전국유족회 회원들과 이야기하는 김광동 위원장(마이크 든 사람). 이날 김 위원장은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진실규명과 함께 배·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고경태 기자

김 위원장은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자 유가족들이 거짓말을 한다고도 했다. 그는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자 유가족들이 우리 위원회에서 와서 군경이 죽였다고 신고를 한다. 인민군이나 빨치산에 의해 죽었다고 하면 보상을 못 받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이) 더 고귀한 희생이고 선보상이 돼야 한다”, “한국전쟁 시기 공산 전체주의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을 유공자로 기려야 한다” 등의 발언도 했다.

두 가지 민간인 희생 사건을 차별할 뿐 아니라 신청자들을 깎아내리는 발언으로, 김 위원장 출범 이후 진실화해위가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 사건에 경도됐다는 세평을 뒷받침해주는 대목이다.

실제 2020년 12월 출범한 2기 진실화해위에 1년간 신청 접수 사건 총 2만92건 중 한국전쟁기 희생 사건(1만3842건)이 전체의 68.8%에 이른다. 이 중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이 9957건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적대세력 희생 사건(3885건)이다. 그러나 진실규명이 완료된 건수는 적대세력 희생 465건, 군경에 의한 희생 332건으로 적대세력 희생 사건이 더 많다.

2007년부터 2년간 진실화해위 위원장을 지낸 안병욱 가톨릭대 명예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 위원장은 진실화해위의 본질적 기능과 한국전쟁에 대한 기본 이해가 뒤죽박죽인 것 같다”며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자에 대한 배·보상이 필요하면 새로운 입법으로 추진하면 되는 것인데, 엉뚱하게 그동안 사법부 판결을 거쳐 진행한 보상을 잘못된 것인 양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연구자인 박태균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도 <한겨레>에 “적법한 조사과정을 거쳐 법원 판결을 거쳤을 텐데 이제 와서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해임 요구가 이어졌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명예를 또다시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진화위원장에 이보다 더 어울리지 않는 인물을 찾기도 어렵다. 인사 실패를 인정하고 균형 잡힌 시각의 위원장을 임명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나는 휴진 반대하는 의대교수…“증원 반대가 생명보다 중요한가” 1.

나는 휴진 반대하는 의대교수…“증원 반대가 생명보다 중요한가”

‘변태영업 단속’ 경찰 폭행한 검사…어떻게 인권위원 됐을까 2.

‘변태영업 단속’ 경찰 폭행한 검사…어떻게 인권위원 됐을까

지리산은 회색 여름…백골이 된 기후지표종 가문비의 ‘최후 증언’ 3.

지리산은 회색 여름…백골이 된 기후지표종 가문비의 ‘최후 증언’

‘뺑소니 구속’ 김호중, 35일 만에 피해 택시기사와 합의 4.

‘뺑소니 구속’ 김호중, 35일 만에 피해 택시기사와 합의

의대 학부모들 “환자 불편에도 행동할 때”…강경 투쟁 압박 5.

의대 학부모들 “환자 불편에도 행동할 때”…강경 투쟁 압박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