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 계엄령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지난 3월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서울서부지검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재직 중 정치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조현천(64) 전 기무사령관이 3개월 만에 보석으로 풀려난다. 여권 무효화 조처 등에도 미국에서 귀국하지 않아 5년만에야 신병이 확보된 조 전 사령관에게 석방 결정이 내려지면서 이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김유미 판사는 28일 조 전 사령관이 법원에 신청한 보석 청구를 인용했다. 김 판사는 보석 조건으로 법원이 지정하는 장소에 때맞춰 출석하고 증거를 인멸하지 않겠다는 서약서 제출, 주거지 제한, 보증금 5000만원(그중 2000만원은 보증보험증권으로 대체 가능) 납입을 제시했다. 조 전 사령관은 지난 21일 보석심문 때 “보석 청구를 승인해주면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하지 않겠다”며 “가정을 지키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받아들여 주기를 건의한다”고 말했다. 조 전 사령관은 지난 2016년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와 관련해 부하들에게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같은 해 기무사 요원들을 동원해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고 칼럼·광고를 게재한 혐의 등으로 4월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계엄령 문건과 관련한 내란예비·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 중이다. 조 전 사령관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앞둔 지난 2017년 2월 탄핵안 선고 이후 여러 상황에 대비한 계엄령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실행준비를 주도한 혐의(내란예비·음모 등)를 받고 있다. 이 문건에는 헌재의 탄핵안 선고 이후 계엄군을 구성해 입법·사법·행정을 관장하고, 계엄 사범을 색출하고, 언론 검열을 하는 등의 구체적 계획이 담겨있다. 검찰은 이러한 계획이 실제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었는지, 실행을 염두한 계획인지 살펴보고 있다.
조 전 사령관의 석방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 전 사령관을 최초로 고발했던 군인권센터는 이날 성명을 내어 “5년 동안 지명수배 되었다가 가까스로 신병을 확보한 범죄자를 석방한 법원의 판단은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조현천 수사의 본류는 계엄 문건 작성에 따른 내란예비음모죄 사건이다. 검찰은 곁가지 수사로 변죽을 울리지 말고 내란예비음모죄로 조현천을 다시 구속기소하라”고 촉구했다. 2018년 7월 군인권센터는 계엄 문건 작성에 관여한 조 전 사령관 등 책임자를 형법상 내란예비음모죄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조 전 사령관은 지난 3월29일 해외로
도주한지 5년여 만에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체포됐다. 검찰은 입국 직후인 3월31일 직권남용, 정치관여, 업무상 횡령 혐의 등으로 조 전 사령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조 전 사령관이 5년 이상 해외로 도피한 적이 있으며, 형량이 무거운 죄의 혐의를 받는 점 등을 고려해 구속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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