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헌재, 아청법 위반 공무원 자격 ‘박탈’ 위헌…“과도한 제한”

등록 2023-06-29 15:12수정 2023-06-30 07:22

헌법재판소 청사.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헌법재판소 청사.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한겨레 h730’을 쳐보세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죄로 형이 확정된 사람은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는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범죄의 경중과 재범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영구적으로 임용을 제한한 것은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는 판단이다.

29일 헌법재판소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한 죄로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사람은 공무원으로 임용할 수 없다’고 규정한 국가공무원법 33조와 지방공무원법 31조 일부 내용의 위헌성 여부를 따진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대2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재는 “범죄의 경중이나 재범의 위험성 등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아동·청소년 관련이 없는 직무를 포함해 모든 일반직공무원에 임용될 수 없도록 하므로 제한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포괄적”이라며 “이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해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헌법불합치 이유를 밝혔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 자체는 위헌이나, 국회가 대체 입법을 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법의 효력을 인정하는 결정으로, 헌재는 2024년 5월31일까지 유예기간을 두고 국회가 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ㄱ씨는 2019년 ‘엔(n)번방 사건’과 관련해 텔레그램 ‘박사방’ 등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내려받아 소지한 혐의(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로 기소돼 2021년 7월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ㄱ씨는 국가공무원 9급 시험을 준비 중이었다. ㄴ씨는 2021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 혐의로 벌금 500만원이 확정됐다. 두 사람은 국가공무원법 33조 등이 공무담임권(국민이 공무원이 되어 공무를 담임할 수 있는 참정권), 직업의 자유,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공무원 결격사유를 규정하는 국가공무원법 33조는 미성년자 성범죄로 법원에서 형이 확정될 경우 공무원 임용에 ‘영구히’ 제한을 둔다. 공무원 재임 중 미성년자 성범죄를 저질렀다면 당연퇴직 사유가 되고 재임용도 불가능하다.

해당 법 조항이 임용을 제한하는 범죄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지만, 이날 헌재는 성착취물 소지죄에 대해서만 판단했다. 헌재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죄로 형을 선고받은 경우라고 하여도 범죄의 종류, 죄질 등은 다양하므로, 개별 범죄의 비난 가능성 및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해 상당한 기간 동안 임용을 제한하는 덜 침해적인 방법으로도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성착취물 소지의 경우, 영구 제한이 아닌 ‘상당한 기간’ 동안 임용을 제한하는 방법으로도 충분하다는 뜻이다.

이은애·이종석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죄는 성착취물 제작을 전제로 한 범죄로 구체적인 행위태양을 불문하고 죄질이 불량하며 비난가능성이 높다”며 “국민의 신뢰가 생명인 공직사회에 아무런 제약 없이 진입할 수 있도록 한다면 성착취 및 성학대로부터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기는 어려워질 것이고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실추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단체들은 헌재의 판단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성착취물 소지는 유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가볍게 볼 수 없다”며 “개인의 공무담임권 침해보다, 성착취물 피해에 노출된 아동·청소년을 보호하는 공공의 이익을 더 크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정 한국여성의전화 공동사무처장은 “이런 전력을 가진 사람이 공무원이 돼서 아동·청소년 관련 직무만 맡지 않으면 된다는 인식은 하나의 국가정책이 국민 모두에게 미치는 영향을 납작하게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동 성범죄 전력을 공무원 임용 결격사유에 추가한 건 지난 2018년으로, 아동 성범죄를 엄벌하고 예방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지난해에는 스토킹범죄로 처벌받은 사람에 대해 공무원 임용을 일부 제한하는 내용에 결격사유에 추가된 바 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이재명, 다가온 운명의 날…‘선거법 위반’ 1심 선고 쟁점은 1.

이재명, 다가온 운명의 날…‘선거법 위반’ 1심 선고 쟁점은

오늘 수능 수험생 52만명...‘N수생’ 21년 만에 최다 2.

오늘 수능 수험생 52만명...‘N수생’ 21년 만에 최다

아이돌이 올린 ‘빼빼로 콘돔’…제조사는 왜 “죗값 받겠다” 했을까 3.

아이돌이 올린 ‘빼빼로 콘돔’…제조사는 왜 “죗값 받겠다” 했을까

민간 어린이집 줄줄이 닫는데…정부, 국공립 예산 3년째 삭감 4.

민간 어린이집 줄줄이 닫는데…정부, 국공립 예산 3년째 삭감

안락사 직전 눈먼 강아지 살린 따뜻한 심장, 세상에 두고 가셨네요 5.

안락사 직전 눈먼 강아지 살린 따뜻한 심장, 세상에 두고 가셨네요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