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예람 중사 관련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이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했다. 연합뉴스
고 이예람 중사 사건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정진아)는 2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면담강요 혐의를 받는 전 전 실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했다는 상대는 군 검사로 특가법 규정에 따른 ‘범행의 객체’에 포함될 수 없다”고 밝혔다. 특정범죄가중법은 자기 또는 타인의 형사사건과 관련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면담을 강요하거나 위력을 행사할 경우 ‘면담강요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면담강요죄가 검사 등 수사기관이 아니라, 증인이나 참고인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무런 처벌을 하지 않음으로써 이 행동이 형사법적으로 정당화하고 유사한 행동이 군에서 반복돼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고통을 인내하는 군 사법기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건 아닌지 무거운 마음”이라고 했다. 아울러
“피고인은 개인감정을 앞세워 수사검사의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해 몰래 녹취까지 해 수사중인 내용을 알아내려 했다”며 “이러한 행동은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현저히 훼손하는 것으로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처벌의 필요성만으로 죄형법정주의를 후퇴시킬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안미영 특별검사팀은 전 전 실장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이예람 중사는 선임 장아무개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2021년 5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당시 군 검찰의 책임자였던 전 전 실장은 장 중사의 수사정보를 자신에게 알려준 군무원 양아무개씨의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본인과 양씨의 형사사건 수사와 재판에 관해 필요한 사실을 아는 군 검사에게 영장이 잘못됐다고 추궁하고 수사 내용을 확인하려 하는 등 위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국방부 수사가 진행됐으나 전 전 실장이 불기소 처분되는 등 ‘부실 수사’ 의혹이 불거졌다. 국회는 지난해 4월 ‘고 이예람 중사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특검팀은 100일 동안 18회 압수수색하고 164명을 조사해 같은 해 9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장 중사의 구속심사 상황 등 수사정보를 전 전 실장에게 전한 혐의를 받은 군무원 양씨는 이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수사 정보를 누설하고 이 중사의 사망 원인을 남편과의 불화인 것처럼 꾸며 기자에게 전달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당시 공군본부 공보담당 장교 정아무개 중령은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선고 뒤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씨는 기자들을 만나 “(군대 상관이) 하급자인 군 검사에게 (부당한) 위력을 행사할 경우, 처벌하는 법을 (국회가) 만들어 놓지 않았다는 점에 깜짝 놀랐다”며 “군대의 특수한 폐쇄성으로 생기는 위력에 의한 면담강요죄를 전익수 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군인권센터는 입장문을 내어 “무죄 판결은 법리상 무죄이지만, 행위의 부적절성은 충분히 인정된 것이라 봐야 한다”며 “향후 진행될 전 전 실장의 징계처분 취소소송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 전 실장의 강등처분 효력을 잠정 중단시킨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낸 국방부의 항고도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서 국방부는 이 중사 사망 사건 수사를 제대로 지휘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전 전 실장을 지난해 11월 준장에서 대령으로 강등 조처했고, 전 전 실장은 행정소송을 내고 효력 정지를 신청했다. 이후 법원은 지난해 12월 전 전 실장의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본안 판결이 나온 날로부터 30일까지 강등 처분의 효력을 임시로 중단토록 결정했다. 전씨는 이같은 법원의 판단에 따라 장군인 준장 계급으로 전역했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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