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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김건희 일가 땅 쪽으로 계획 튼 고속도로 종점…특혜 의혹

등록 2023-06-30 17:58수정 2023-07-12 15:30

국토부, 논란 일자 “전면 재검토”
윤석열 대통령과 스위스를 방문한 김건희 여사가 1월 19일(현지시각) 취리히 미술관을 방문, 미술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스위스를 방문한 김건희 여사가 1월 19일(현지시각) 취리히 미술관을 방문, 미술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2년 전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한 서울-양평 고속도로(고속국도)의 종점이 갑작스럽게 변경되면서 논란이 일자 국토교통부가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바뀐 종점 인근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장모 최은순씨가 보유한 토지가 있어 ‘특혜 논란’으로 비화할 조짐이 보이자 부랴부랴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국토부 관계자는 30일 <한겨레>에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과 관련해 원점에서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날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민적 의혹을 사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며 “전면 재검토시켰다”고 말했다. 이에 새달 5∼6일 국토부는 양평군 주민 등을 대상으로 열려던 설명회도 취소하거나 연기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2017년부터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경기 하남시 감일동과 양평군 양서면을 잇는 사업으로 추진해왔다. 2021년 4월 기획재정부의 예타를 통과한 고속도로 사업은 지난해 타당성조사(3월) 및 전략환경영향평가(6월) 용역 공고에도 모두 양서면이 종점으로 적혀 있다. 주말이면 몰리는 관광객들로 꽉 막히는 양평 두물머리 인근인 양서면에 종점이 생길 경우 주민들이 겪는 교통난도 다소 해소된다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국토부가 지난달 8일 공개한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내용’에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이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변경됐다는 내용이 담기면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기재부로부터 예타는 감일동-양서면 노선으로 받았으면서,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환경 측면에서 계획이 적정한지 검토하는 절차)는 감일동-강상면 노선으로 받았다는 얘기였다. 이전까지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노선 변경이 거론된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종점이 변경되면 도로 거리가 늘고, 예산도 수백억원 이상 늘어나는 탓에 야당을 중심으로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됐다. 강득구·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강상면 일대에 윤 대통령 처가 소유 땅이 있다는 점을 고리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김 여사와 형제자매, 장모 최씨 등은 강상면 병산리 일대에 수천평에 달하는 토지를 갖고 있다.

실제 이들 소유 토지는 변경된 고속도로 종점부와 불과 5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이정수 전 양평군수 정책비서관은 “양평군 안에서도 교통의 요지가 되고 서울 접근성이 좋아지는 터라 강상면 토지 소유주들에겐 엄청난 호재”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양평군 의견 수렴 뒤 논의를 거쳐 종점 변경을 결정했다고 한다. 국토부는 윤 대통령 취임 후 두달 여만인 지난해 7월 양평군에 공문을 보내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양평군은 종점 지역으로 양서면·강상면·강하면 등 3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이후 양평군은 지난 2월께 국토부로부터 “강상면 안을 검토하려 한다”는 의견을 들었고, 5월에 최종안을 통보받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계기관 의견, 교통성·환경성 등을 충분히 고려해서 최적의 안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에 대한 타당성조사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사업 내용이 바뀌었다는 점은 석연치 않다. 교통시설 타당성조사는 기재부 주관 예비타당성조사→국토부 주관 타당성조사 순으로 이뤄지는데, 강상면을 종점으로 변경하는 안은 예타도 거치지 않았고, 국토부 차원의 타당성조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라 검증된 안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시 양평군이 국토부에 회신한 의견서에도 “(강상면 안은) 경제성을 재분석해야하고, 사업비 증액이 예상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전 비서관은 “예타를 통과한 도로 사업의 종점이 바뀌는 것은 저도 처음 보는 사례다. 국토부에서도 (전례를) 찾아봐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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