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짝없이 혼자 아이를 키우려면 한달에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
정부는 ‘저소득’ 한부모에게 월 최대 20만원(청소년은 35만원)을 쥐여주면 된다고 본다. 경제적으로 궁지에 처한 미혼모 등은 갓난아기를 베이비박스에 유기하거나 시설에 보내도록 내몰린다. 대신 이런 아이가 보육원 등 아동양육시설에 들어가면 국가(지방자치단체)는 시설에 월 150만~200만원대를 지원한다. 친부모가 아이를 직접 키우기 어렵게 아동보호 체계가 설계된 점을 외면하면 아동 유기 등과 관련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어난 아기가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숨진 사건이 속속 드러나며 충격을 주고 있지만, 영아 유기 등에 내몰린 미혼모 지원에 대한 논의는 진지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경찰청은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미신고 아동’ 사망자가 전날 기준 23명, 수사 중인 사건은 598건이라고 밝혔다. 아직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영아는 540명이다.
현재 국가가 미혼모들에게 제공하는 임신·출산 관련 비용은 100만원 상당의 이용권(국민행복카드) 정도에 그친다. 임신이 확인된 만 19살 이하의 청소년 산모의 경우 임신 1회당 의료비 120만원 이내로 추가 지원을 해주기도 하지만, 임신과 출산 준비 과정을 생각하면 부족한 액수다.
출산 이후도 문제다. 정부는 저소득 한부모가족(기준중위소득 60% 이하) 아동양육비로 월 20만원(만 18살 미만 아동)을, 청소년 한부모(기준중위소득 72% 이하)의 경우 아동 1인당 월 35만원을 지급한다. 양육을 도와주는 주변 사람이 없다면 아이를 키우며 생계를 유지하기엔 어려운 수준이다.
김민정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아이가 엄마와 분리돼 보호시설로 들어가게 되면 국가가 매달 아이 1명당 150만~200만원 정도의 보조금을 시설로 보낸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 한부모가족에 대한 지원금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봉주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도 “아동 1명을 시설에서 키우려면 매달 100만원 이상 들어간다. 그 이상을 친부모에게 주고 직접 돌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국외에서는 임산부와 영유아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는 임신 6개월차부터 출산할 때까지 드는 의료비 전액을 정부에서 지원한다. 10살 미만의 아동이 있는 실업 상태의 한부모 양육자가 3개월 이상의 고용계약 등을 맺으면 매달 23만원에서 70만원까지 지급받을 수 있다. 독일과 영국도 의료비 전액을 지원한다. 영국은 저소득 근로자인 싱글맘에게 매주 자녀수당(14~22파운드)과 별개로 매달 468.72파운드(77만6천원)를 모성수당으로 지원한다. 이들은 매달 총 최대 92만원가량을 받게 된다.
이봉주 교수는 “한부모든 아니든 상관없이 모든 복지 혜택이 아동 중심으로 이뤄져 아이들이 똑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지원을 받아야 아이를 유기하거나 포기하는 상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윤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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