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양평 고속도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결과 발표 한달여 전에 열린 주민 간담회에서도 ‘고속도로 종점’을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 땅이 모여 있는 쪽으로 변경해 달라는 요청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와 원희룡 장관은 주민 요구를 반영해 종점을 변경했다고 주장하지만, 이와 관련된 구체적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2021년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 양평 지역위원회는 그해 4월6일부터 28일까지 3주간 12개 읍·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 당시 지역위가 양평군의 검토결과를 반영해 작성한 ‘읍·면 간담회 건의사항 조치계획 보고’ 자료를 보면, 종점이 옮겨간 양평군 강상면에서는 △면청사 신축 △시가지 4차선 확장사업 △돌거북상 이전 설치 등에 대한 건의사항만 나왔을 뿐 양평고속도로와 관련된 건의는 없었다. 갑작스럽게 종점이 변경된 게 석연치 않다는 문제제기에 국토부 등은 “지역여론”을 언급하며 다양한 노선을 검토했다고 반박했지만, 정작 비슷한 여론조차 없었던 셈이다.
2021년 4월은 같은달 30일 지역의 숙원사업이었던 양평고속도로 예타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었던 만큼, 관련 여론이 분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당시 강하면에서는 양평고속도로 강하면 구간에 나들목(IC)을 설치해 달란 요구가 있었다. 다만 이는 종점 변경과는 무관한 사안으로, 나들목 설치가 필요하다는 지역 여론이 있다는 사실은 양평군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들목 설치는 양평군과 민주당 지역위원회 ‘당정협의회’ 최종 안건에 오르지 못했다. 민주당이 먼저 강하면 나들목 설치를 요구하며 노선 변경을 시도했다는 원희룡 장관과 <조선일보> 등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것이다. 양평군은 총사업비 증액으로 인한 경제성 하락 등을 이유로 나들목 설치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 이를 ‘장기과제’로 분류했다. 기획재정부도 예타 과정에서 나들목 설치에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실제 예타안에도 나들목 설치는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민주당과 양평군은 국토부의 타당성조사 및 설계단계에서 강하면 나들목 설치에 대한 주민 의견을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정수 전 양평군 정책비서관은 “나들목 설치는 종점 변경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원 장관과 보수 언론이 오히려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상면 종점안이 처음 등장한 건 지난해 7월 새 군수 취임 이후다. 지난해 7월18일 국토부로부터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검토 요청’을 받은 양평군은 8일 만인 26일 강상면 종점안이 포함된 3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별도의 여론수렴 절차는 없었다. 강상면에 사는 윤아무개(50)씨는 “10년 간 양평에 살았지만 주민들은 고속도로가 생기는 것만 좋아했지, 강상면·강하면 사람들이 종점을 바꿔달라고 주장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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