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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서경환 대법관 후보 ‘사법 진보주의’…약자 권리 신장 적극적

등록 2023-07-11 06:00수정 2023-07-11 10:41

대법관 후보 11~12일 인사청문회
서 법관 28년 ‘판결문’ 50건 분석
이준석 세월호 선장이 2014년 오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이준석 선장과 승무원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심리를 받던 중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치감 2층으로 이동하고 있다. 광주/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이준석 세월호 선장이 2014년 오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이준석 선장과 승무원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심리를 받던 중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치감 2층으로 이동하고 있다. 광주/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대법관 제청을 둘러싸고 대통령실과 ‘신경전’ 끝에 김명수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로 권영준(53·사법연수원 25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서경환(57· 21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임명제청했다. 11일~12일 양일간 열리는 두 대법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한겨레>는 권영준 후보자가 지난 17년간 쓴 연구자료 40건, 서경환 후보자가 28년간 판결한 판결문 50건을 각각 분석해 두 후보자가 어떤 시각으로 사회와 법을 바라보는지 살펴봤다. 권영준 후보자는 ‘표현의 자유’를 중시했고, 사법부가 행정·입법부를 적극 견제해야 한다는 ‘사법적극주의’ 성향을 보였다. 서경환 후보자는 사법 적극주의에 더해 기본의 법질서에 변화를 주는 ‘사법진보주의’ 성향이 나타났다.

1995년 판사로 임관한 서경환 대법관 후보자는 28년 동안 재판을 맡아온 정통 법관이다.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등 사법 행정 업무를 했지만, 대부분의 경력을 법정에서 보냈다. <한겨레>는 헌법재판관 판결 성향을 분석해 온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이론적 분석틀에 기초해 서 후보자의 주요 판결 50건을 분석했다. 이 분석틀은 헌법적 가치를 바탕으로 과거 판결·결정을 정성 평가해, 법관(재판관) 성향을 △사법 적극주의/소극주의 △사법 진보주의/보수주의 △문언주의/비문언주의 △사회·경제적 약자 및 소수자 권리 신장 여부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신임 대법관 후보자로 임명 제청된 권영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 교수(53·왼쪽)와 서경환 서울고법 부장판사(57). 대법원 제공
신임 대법관 후보자로 임명 제청된 권영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 교수(53·왼쪽)와 서경환 서울고법 부장판사(57). 대법원 제공

■ 세월호 선장에 ‘살인죄’

서 후보자는 기존의 법질서에 변화를 주려는 ‘사법 진보주의’ 성향이 강했다.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에 대한 재심 결정이 대표적 사례다. 최아무개씨는 징역 10년을 확정받고 만기 출소했는데, 진범이 밝혀져 재심을 통해 결백을 인정받았다. 과거사가 아닌 일반 형사사건에서 재심 결정은 이례적이다.

행정와 입법를 견제하는 ‘사법 적극주의’ 성향도 보여줬다. 강제 낙태·단종 피해를 입은 한센인이 제기한 국가배상 소송에서 서 후보자는 진상조사위원회에서 피해 결정을 내리지 않은 이들도 피해자로 인정했다. 1심보다 피해자 인정 범위를 넓힌 것이다. 다만 배상금은 감액했다. 다른 재판의 피해자와 형평을 맞추기 위해서다.

아울러 사회·경제적 약자의 권리 신장에 적극적이었다. 버스에 휠체어 전용공간이 없는 것은 차별이라며 장애인이 버스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회사가 3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또 버스회사에 휠체어 전용공간을 마련하라고 명령했다. 반면, 재벌 총수에게 집행유예형을 선고하던 관행을 깨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법정구속해 화제를 모았다.

서 후보자는 입법취지·사회상황 등을 고려해 법을 유연하게 해석하려는 비문언주의 태도도 보여줬다. 세월호 선장·선원들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깨고 이준석 선장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했다. 대형 인명사고에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적용된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 서 후보자는 “선장은 침몰하는 세월호에 승객을 계속 대기하도록 내버려 둔 채 별다른 조치없이 퇴선했다. 이러한 선장의 부작위는 살인 행위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세월호 참사 책임자들의 재판에서는 감형하거나 무죄 판결했다. 사고 현장에 처음 도착한 김경일 123정장은 감형받았고,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 센터장 등에겐 무죄를 선고했다.

■ ‘사법농단’ 국면선 두가지 평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국면에서 서 후보자는 대법원과 법원행정처를 두둔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 대표로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참석했던 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법행정권을 없애고 ‘판사가 완전히 독립해 자율적으로 재판하라’고 하면 명실상부한 재판의 독립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국민이 좋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대법원 조사위원회가 법원행정처 컴퓨터를 들여다보려고 하자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글을 올려 “당사자 동의 없는 강제 조사는 위법하다”는 의견을 냈다. 한 고법 판사는 “발언과 표현이 거세지 않아 젊은 판사들과 부딪히는 스타일이 아니었지만 진상조사에는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전했다.

동시에 서 후보자는 전국법관대표회의 상설화 소위원회 위원장과 ‘사법제도 개혁을 위한 실무준비단’ 부단장으로 활동하는 등 사법개혁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또 다른 판사는 “사법개혁에 일조해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도 법원장 등 요직을 맡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외환위기부터 쌍용차까지…‘도산법 전문’

‘도산법 전문가’로도 서 후보자는 잘 알려져 있다. 외환위기 당시 서울지방법원 민사수석부 배석 판사로 삼미그룹, 한보그룹 등의 법정 관리를 맡았다. 이때 오석준 대법관과 배석 판사로 함께 근무했다. 이 밖에 쌍용자동차 회생 절차 개시와 종결, 이스타항공·한국일보 회생 절차 개시, 리먼브라더스 국제도산 지원 등을 담당했다. 서울회생법원 수석부장판사(직무대리)를 맡았던 서 후보자는 동료들로부터 전문성을 인정받아 ‘법원장 추천제’를 통해 서울회생법원장으로 뽑혔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회생 전문가로서의 전문성은 의심의 여지 없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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