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중구 명동 노점에 음식 가격표가 붙어있다. 명동 상인들은 지난달 30일부터 ‘가격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7일부터 오징어 가격은 1만 원으로 통일됐다. 이주빈 기자
‘외국인 차별’, ‘바가지’ 등으로 논란이 된 명동 노점 상인들이 ‘가격표시제’를 시행하며 개선에 나섰다. 앞서 명동 노점의 가격 부풀리기가 심각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서울 중구청도 명동 노점의 가격표시제, 영업시간, 위생 등을 관리·감독하기로 했다.
10일 <한겨레>가 서울 중구 명동 거리를 돌아보니, 명동 노점 대부분에 음식 가격이 한눈에 보이도록 표시돼 있었다. 김밥 3천원, 핫바 4천원, 쌀떡볶이 5천원, 오징어구이 1만원 등이었다. 노점마다 같은 음식 종류는 가격이 같았다. 명동 노점 상인들의 모임인 명동복지회 이강수 총무는 “명동 노점 상인들이 지난달 30일부터 가격표시제를 시행하도록 합의하고 노점마다 가격표를 붙였다”고 말했다.
앞서 명동 노점에서 외국인 관광객에게 음식값을 더 받는다는 논란이 있었다. 노점 상인들이 외국인을 상대로 “원래 가격보다 높게 부르고 나서 질이 좋다고 설득한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외국인들의 부정적 반응이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확산하자 가격표시제를 시행하게 된 것이다.
10일 서울 중구 명동 노점에 음식 가격표가 붙어있다. 명동 상인들은 지난달 30일부터 ‘가격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주빈 기자
가격표시제가 외국인 관광객과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상인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명동 거리에서 떡볶이·어묵 등을 파는 박정수(33)씨는 “가격표시제를 시행하고 나니까 특히 외국인 관광객에게 오해를 살 일이 없어서 좋다. 저희는 일반 어묵 2천원, 수제 어묵을 3천원에 팔고 있는데 수제 어묵을 먹은 사람이 왜 옆 사람보다 돈을 더 받냐고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오해가 생기면 외국어로 설명하기에도 한계가 있어 돈을 덜 받기도 했다”며 “이제 상인들은 얼마인지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손님들은 미리 가격을 알 수 있어서, 모두에게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구청은 명동 거리 노점의 불법 행위를 단속하고,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행정 조치할 예정이다. 상인들 스스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자발적인 대책 마련을 수립하도록 서비스 개선 교육도 병행한다.
10일 서울 중구 명동 노점에 음식 가격표가 붙어있다. 명동 상인들은 지난달 30일부터 ‘가격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7일부터 핫바 가격은 5천 원에서 4천 원으로 인하됐다. 이주빈 기자
다만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앞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오징어구이는 1만2천원, 치즈 얹은 랍스터구이 2만원, 핫바 5천원 등의 가격을 언급하며 ‘비싸다’ ‘바가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에 명동 노점 상인들은 지난 7일부터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음식 5종에 대해 가격을 인하했다. 이 총무는 “회오리감자·붕어빵·군만두·핫바는 5천원에서 4천원으로 가격을 내리고, 반건조 오징어는 1만원~1만2천원에 팔렸는데 1만원으로 가격을 통일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식재료값 상승을 감안해도 여전히 비싸다” “임대료 내는 곳보다는 저렴해야 한다”는 비싸다는 반응도 있다.
10일 서울 중구 명동 노점에 음식 가격표가 붙어있다. 명동 상인들은 지난달 30일부터 ‘가격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7일부터 오징어 가격은 1만 원으로 통일됐다. 이주빈 기자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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