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중 동료 재소자를 때려 숨지게 한 20대가 항소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은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며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에 사형 선고 사건이 올라온 건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이날 대법원은 ‘사형제’ 자체에 대해선 직접 판단하지 않아, 사형제를 둘러싼 논의는 위헌 심리를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13일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이아무개씨(28)씨에게 살인 등의 혐의로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씨는 2021년 12월21일 공주교도소 수용거실 안에서 40대 동료 재소자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이씨는 금을 거래하러 온 40대를 살해하고 금 100돈과 승용차 등을 빼앗은 혐의 등으로 2020년 9월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1심은 이씨에게 무기징역을, 2심은 사형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이미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재차 살인죄를 범했는데 ‘무기징역 이하의 형’을 선고받는다면 별 의미 없는 처벌로 받아들여지게 될 것”이라며 “일정 기간(20년)이 경과하면 가석방 대상이 되는 무기징역과 달리 사형은 ‘절대적 종신형’ 기능도 있다”고 사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항소심이 이씨의 양형에 유리한 측면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며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이씨는 범행 당시 26살이었는데, 다수의 판례는 20대 나이를 사형 선고가 정당화되기 어려운 사정으로 보고 있다”며 “(이씨의 살인은) 이동의 자유를 박탈당한 채 다른 재소자들과 공동생활을 하는 교도소의 특성이 영향을 미쳤을 여지도 있다”고 봤다.
다른 사건과의 형평성도 영향을 끼쳤다. 이씨의 범행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에서 피해자가 1명인 경우 살인은 과도하다는 설명이다. 이씨가 이미 무기징역인 것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무기징역형 집행 중 다시 무기징역형을 선고한다고 해서, 그 형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사형을 선고한 원심이 깨지면서 이씨는 무기징역 이하의 형을 받게 됐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경험이 있는 한 판사는 “대법원은 과거부터 사형 선고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판단해왔다. 그 연장선에 있는 판결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성규 한국심리과학센터 이사는 “국민의 법감정과는 맞지 않을 듯하다”고 평가했다. 사형제 위헌 심판을 청구했던 이상갑 변호사는 “앞으로 이씨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살게 되거나 도중에 감형 받아서 ‘유기형으로 전환'될 가능성 모두 열려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대법원이 사형 판결을 확정한 것은 2016년 총기 난사로 동료 5명을 살해한 임아무개 병장이 마지막이었다. 한국은 1997년 12월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으며, 2007년부터는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1996년과 2010년 사형제에 대해 두차례 합헌 결정을 내렸으며, 사형제도에 대한 세번째 헌법소원 심리를 진행 중이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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