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전에 아들 생일이었거든. 나한테 고맙다고 몇 번이나 전화했는데….”
16일 오후 충북 청주시 하나병원 장례식장.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아들 조아무개(32)씨를 잃은 아버지 조아무개(69)씨는 눈시울을 붉힌 채 며칠 전 장남인 아들과 했던 통화를 떠올렸다.
조씨는 “아들이 쉬는 날인 줄 알았는데 주말에 출근했다고 나중에 들었다”고 했다. 조씨는 지난 15일 이른 아침 출근하는 길에 급류에 휩쓸린 버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변을 당했다. 조씨 직장 동료가 출근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면서 아버지가 사고 사실을 알았다.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시신으로 발견된 실종자를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가족의 설명을 들어보면, 조씨는 청주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경북 성주에 사는 부모님과 떨어져 지냈지만, 늘 연락을 빼먹지 않는 착한 아들이었다고 한다. 조씨 아버지는 “한창 돈 벌 나이여서 직장 열심히 다녔던 아이다.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연락도 잦았다. 지난 4월에는 아들과 함께 일본도 다녀왔다”고 했다. 그는 “어른들 말 잘 듣는 예의 있는 아들이었다”며 “정말 참 잘 자랐다”며 울먹였다.
조씨의 유가족도 이번 사고는 분명한 ‘인재’라고 했다. 아버지는 “아직 경황이 없어서 사고 파악이 안 됐지만, 버스가 원래 노선으로 갔던 것도 아니었고 둑이 터진 상황인데도 통제가 없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문제점이 대단히 많은 사고다. 규명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조씨 이모부도 “비가 많이 왔다는 사실은 인정하겠지만, 그저 재난이라는 구청이나 도청의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