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네댓명을 먼저 탈출시키고 버스로 다시 돌아와 창문을 깼어요. 승객이 남아 있으니까요. 형은 최선을 다했는데…”
1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유족 ㄱ씨는 눈물이 고인 채로 말했다. 이날 새벽 1시25분께 숨진 채 발견된 이아무개(58)씨는 오송역으로 향하던 747번 버스기사였다. ㄱ씨는 “형은 대응을 잘했는데도 버스가 (그쪽 차도로) 우회한 것이 잘못이라는 말이 나온다”며 “장례를 잘 치르고 승객들이나 가족들과도 얘기를 나누려고 한다”고 말했다.
숨진 이씨는 사고 당일인 15일 오전 7시45분께 청주국제공항에서 출발해 오전 8시께 궁평2지하차도에 들어섰다고 한다. 집중호우로 도로는 정체된 상태였다. 그러다 제방이 무너져 강물이 한꺼번에 밀려왔고 1~2분 사이에 앞 창문까지 물이 차올랐다.
그때 이씨는 승객과 함께 탈출했다가 버스로 다시 돌아왔다. ㄱ씨는 “(형이 승객들에게) 문을 열고 ‘탈출하라’고 했고 유리창도 깼다. 그런데 물살이 너무 세다 보니 쓸려 들어간 것”이라고 했다. 결국 이씨는 지하차도 입구에서 120m 정도 떨어진 뻘 속에서 발견됐다.
시청 등이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를 자연재해로 규정하고 있는 점도 유족들이 비판하는 부분이다. 호우경보가 발효됐지만 차량통제가 되지 않아 다른 버스들도 궁평2지하차도 쪽으로 우회하게 돼 있었단 것이다. ㄱ씨는 “미호천(강)교 공사를 하며 제방을 허술하게 만들었고 호우경보가 내려졌는데도 제대로 조치하지 않았다”며 “장례가 끝난 뒤에도 이건 자연재해가 아닌 엄연한 인재라는 점을 시에 전달하려고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번 참사로 모두 13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을 당한 가운데 버스기사와 승객 등 747번 버스에 탑승했던 인원은 10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은 이 중 버스기사와 승객 총 9명이 사망했고 승객 1명이 구조됐다고 밝혔다. 현재 침수차량에 대한 감식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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