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에 사는 천지영(32)씨는 26개월인 아이가 캐릭터 비타민 사탕을 너무 좋아해서 걱정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인공 감미료로 쓰이는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한 뒤, 어린이용 비타민 사탕에도 아스파탐이 들어있다는 점을 알게되면서다. 천씨는 18일 “아이가 ‘뽀로로 비타민’을 하루에 10개씩도 먹는데 아스파탐이 들어있어 걱정”이라며 “(성인보다) 민감한 아이들이 먹는 제품인 만큼 부모들에게 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이 섭취하는 비타민 사탕과 해열제 등에도 아스파탐이 들어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맘카페가 들썩이고 있다. 아스파탐 발암 물질 논란은 지난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일 아스파탐 섭취 허용량(체중 1㎏당 40㎎)을 기존대로 유지한다는 발표로 일단락됐지만, 부모들은 아이들이 아스파탐을 소량이라도 섭취하면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신뢰할 만한 정보가 없다며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가입자 2만명이 넘는 맘카페 등에서도 “아이들에게 비타민 사탕을 먹이고 있는데 아스파탐이 들어가 있다니 충격이다”, “소량 첨가도 믿고 먹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아스파탐 함량을 확인하고 제품 구매를 결정하고 싶어도 정작 제품 겉면에 적힌 ‘원재료명 및 함량’ 표기란에서 확인할 수도 없다는 점이 불안을 더 키우고 있다. ‘식품 등의 표시 기준’ 행정규칙을 보면, 아스파탐 등 식품첨가물의 경우 명칭과 용도를 표시해야 한다고 나와있지만, 원재료 함량에 대한 의무 규정은 따로 없다.
6살 딸아이를 둔 손아무개(36·서울 노원구)씨는 “병원에 가지 못할 때 상비약으로 챙겨둔 어린이 해열제를 아이에게 자주 먹이는 편인데, 여기에도 아스파탐 성분이 들어가 있는건 잘 몰랐다”며 “사실 제품 뒷면에 원재료명이 적혀 있긴 하지만, 해당 성분의 함량이 얼마나 되는지 등은 알 수 없어 불안감이 더 높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현숙 동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어른보다 아이들이 아스파탐 등의 성분에 좀더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연구를 진행해 보다 더 확실한 안전기준 등을 만들 필요가 있다”라며 “아스파탐 등 논란이 되는 성분의 경우 제약회사나 식품회사에서 더 적극적으로 제품 표기란에 성분 함량을 조금 더 명확하게 적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식약처 대변인실 관계자는 “현재 제품명에 원재료명이 들어가거나 식육 등에만 함량을 표기하게 돼 있다”며 “발암 가능 물질로 지정됐다고 해서 이에 대한 함량까지 제품 포장지에 표기할 법적 근거는 없기 때문에 의무 사항은 아니다. 개정할 계획은 현재로서 없다”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구연수 교육연수생 yunsur123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