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1호 기소’ 기업인 두성산업 쪽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한 가운데,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합헌’ 의견서를 <한겨레>가 확보했다. 검찰은 의견서에서 “기존 법률만으로는 산재 예방과 처벌이 어렵다는 반성적 고려에 따른 입법”, “중대재해처벌법이 보호하는 생명과 안전은 경영책임자의 재산권 등보다 상위의 기본권” 등을 근거로 들며 중대재해처벌법의 합헌성을 주장했다.
창원지검은 지난 1월 두성산업 사건을 심리하는 창원지법 형사4단독에 중대재해처벌법이 합헌이라는 취지의 40여쪽 분량 의견서를 냈다. 두성산업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화우가 지난해 10월 ‘중대재해처벌법은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 원칙 △평등 원칙을 위반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해달라고 재판부에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검찰은 중대재해처벌법이 두성산업 쪽이 주장한 3가지 헌법상 원칙에 모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중대재해처벌법 4조 1항은 “사업주 등은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각호에 따른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 화우는 ‘실질적 지배·운영·관리’ ‘유해 위험 요인’ ‘필요한 조치’ 등의 표현이 모호하고 불명확해 죄형법정주의라는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일반인이 알 수 있을 정도로 규정하면 충분하다’는 헌법재판소 결정례를 근거로 들며 “(중대재해처벌법 조항은) 일반인 입장에서 의미 해석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또 ‘실질적으로 지배한다’는 용어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독점규제법 등에서도 사용 중이고 영국의 법인과실치사법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중대재해처벌법은 상당히 구체적이라고 반박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해 종사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1년 이상의 징역(최대 징역 30년)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 여러 명이 다치거나 직업성 질환에 걸리게 한 경우에는 징역 7년 이하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화우는 죄질의 경중 등에 비춰 형사책임이 과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검찰은 “피고인이 주장하는 방법(시정명령 불이행시 처벌, 법인만 처벌 등)으로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며 “기존의 법률만으로는 산재 예방과 대표자 처벌이 어렵다는 반성적 고려에 따른 입법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중대재해처벌법의 보호법익인 생명과 신체의 안전은 경영책임자의 신체의 자유, 재산권, 직업수행의 자유보다 상위 기본권”이라고 덧붙였다.
화우는 음주운전으로 사망 사고를 낸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등 다른 결과적 가중범 처벌 규정보다 법정형이 높아 평등 원칙을 위반한다고도 주장했다. ‘결과적 가중범’이란 범죄로 인해 중한 결과가 발생하면 형을 가중하는 것을 말한다.
검찰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교통사고 피해의 신속한 회복’을, 중대재해처벌법은 ‘종사자의 생명보호’를 목적으로 하므로 두 법의 입법목적은 서로 다르다”고 반박했다. 또 “결과적 가중범 중에는 중대재해처벌법보다 높은 법정형도 많으므로 자의적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남 창원의 에어컨부품 제조업체인 두성산업은 지난해 2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추지 않아 직원 16명이 급성간염에 걸리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두성산업은 유해화학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이 기준치의 6배 넘게 든 세척제를 속여 판매한 유성케미칼의 제품을 사용했다. 검찰은 두성산업이 최소한의 보건 조치라 할 수 있는 ‘국소배기장치’조차 마련하지 않아 안전보건의무를 위반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 그해 6월 기소했다. 중대재해처벌법 1호 기소였다. 김해의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대흥알앤티 역시 같은 제품을 사용해 직원 13명이 급성간염에 걸렸으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춘 것으로 확인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만 기소됐다.
재판부가 9개월 넘게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으면서 화우의 신청은 기각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재판부가 위헌법률심판 신청을 받아들이면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해당 재판은 정지된다. 대흥알앤티의 피해자를 대리하는 박다혜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통상적으로 결심공판 때까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지 않으면 선고 때 기각 결정을 내리긴 하지만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다”라고 전했다. 창원지법은 오는 9월13일 마지막 공판기일을 열고 재판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판결이 나온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3건은 모두 유죄(실형 1건, 집행유예 2건)가 선고됐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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