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를 선언한 가운데 지난 9일 경기도 양평군청 근처에 이 사업과 관련한 입장을 담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처가 비리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경기 양평군 공무원 ㄱ씨가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7월 승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공문서를 거짓으로 꾸며 특혜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 공무원을 업무에서 배제하기는커녕 인허가 업무 총괄 책임자로 임명했다는 점에서 일반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양평군 도시과장이었던 ㄱ씨는 지난해 7월 지방서기관인 4급으로 승진해 도시건설국장으로 발령이 났다. 도시건설국은 양평군의 도시계획 및 교통 인허가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으로, ㄱ씨는 최근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논란이 일고 있는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관련한 양평군 업무를 여전히 총괄하고 있다. ㄱ씨는 국민의힘 소속 전진선 양평군수가 취임한 지 6일 만에 나 홀로 승진 명단에 올랐다.
ㄱ씨는 당시 양평 공흥지구 특혜 개발 의혹에 연루돼 수사를 받고 있었다. 윤 대통령 처가 소유 기업인 이에스아이엔디(ESI&D)의 공흥지구 아파트 개발 사업이 예정된 사업기간 안에 완료되지 못했는데도, 서류를 위조해 사업기간을 늘려준 혐의였다. ㄱ씨를 포함해 이 사건에 연루된 도시과 직원 3명은 지난달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ㄱ씨가 승진하던 때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사실이 언론 등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었다. 통상 행정기관의 장은 소속 공무원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면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징계를 요구하거나 최소한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는데, 전 군수는 거꾸로 ㄱ씨를 승진시킨 것이다. 그간 양평군의 인사 관행에 비춰 봐도 ㄱ씨에 대한 승진은 이례적이다. ㄱ씨는 과장에서 곧바로 국장 자리에 올랐는데, 보통은 담당관(기획예산·소통홍보·총무·감사)을 거쳐 국장(문화복지·경제산업·도시건설)을 하는 것이 통상적인 ‘승진 코스’라고 한다.
양평군 안팎에서는 ㄱ씨를 발탁한 인사 배경에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업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ㄱ씨가 도시건설국장으로 승진한 지 11일 만에 국토교통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계기관 협의가 시작됐고, 양평군은 강상면 종점 변경안이 포함된 대안 세 가지를 국토부에 제시했다. 이 업무의 최종 결재권자는 ㄱ씨였다. 전직 양평군 관계자는 “ㄱ국장은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이 군수이던 시절 사무관을 달며 승승장구했던 인물”이라며 “당시 유일한 현안이 서울-양평 고속도로였기 때문에, 그것을 염두에 두고 국장 인사를 하지 않았겠냐”고 했다.
전진선 군수는 이날 <한겨레>와 만나 “(인사 당시 ㄱ씨가 수사 중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내가 관여할 것이 아니었다”며 “새로 채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인사 시스템과 경력에 따라 인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우삼
wu32@hani.co.kr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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