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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학생이 교사 얼굴 때리더니 아동학대 신고…“정상교육 불가능”

등록 2023-07-24 05:00수정 2023-07-25 07:28

교사들 “범죄자 될까 공포…악용할 경우 속수무책”
23일 서울 서초구 ㅅ초등학교에서 한 추모객이 담임교사를 추모하며 슬퍼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서울 서초구 ㅅ초등학교에서 한 추모객이 담임교사를 추모하며 슬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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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둘이 다투려고 했고, ㄱ이 ㄴ에게 사납게 달려들어 교사가 팔을 잡고 말렸다. 그런데 학부모는 아이(ㄱ 학생)가 원치 않았는데 강한 힘으로 몸을 붙잡았다는 이유로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지난 3월 교사노조연맹이 전국 유·초·중·고교 교사들에게 ‘교사 아동학대 관련 민원’ 수집 과정에서 한 교사가 증언한 사례다. 해당 교사는 학생을 ‘정서적으로 학대했다’는 신고를 당했다가 혐의 없음 처분으로 사건이 종결됐다.

이 교사의 참담한 경험은 예외적 사례가 아니다. <한겨레>가 23일 입수한 ‘서울시 교원 아동학대 혐의 보고 현황'을 보면, 지난해 서울 한 초등학교에선 도서관에서 책을 가져오라는 교사의 지시로 아이가 힘들었다며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한 경우가 있었다.

또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당한 학생이 교사의 얼굴을 때리고 되레 112에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일도 벌어졌다. 서울시만 따졌을 때,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된 교원수가 2020년 8건에서 2021년 35건, 2022년 66건으로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2년차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뒤 해당 교사가 학부모의 민원으로 괴로워했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느끼는 위기가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사들은 일상에서 아동학대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를 느끼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실제 경기교사노조가 지난 3월 전국 시도교육청을 통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최근 5년간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고발돼 수사받은 사례가 1252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경찰이 자체 종결하거나 불기소 처분을 받은 사례가 676건으로 53.9%다. 일반적인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경찰의 종결 및 불기소 처분 비율이 14.9%인 것에 견줘 3배나 높은 수치다.

아동학대 범죄를 예방하려고 만들어진 법이 교사를 옥죄는 데 악용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황봄이 경기교사노조 교권보호국장은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교사들은 자칫하다간 아동학대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는 공포감 속에서 낭떠러지 위 외줄타기 시간을 보내야 한다”며 “교사로서의 자존감과 도덕성을 심각하게 훼손받는 것에 대한 충격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례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누구든지 아동학대 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 신고할 수 있다’(10조)고 정하고 있다. 학생·학부모가 악용할 경우 교사는 속수무책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일선 교사들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경기지역 한 교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교사들이 겪은 교육활동 침해 사례들을 취합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현재 1400여건의 글이 올라왔다.

한 교사는 “한 학부모가 ‘선생님이 매일 모닝콜을 해주시면 어떻겠냐’고 했다. 거절하니 ‘선생님이 어떻게 그러냐’고 교육청에 전화했다”고 털어놨다. “반 아이의 학교폭력 가해 신고가 접수돼 학부모에게 전화로 상황을 안내했다. 도중에 ‘우리 애만 잘못했냐’며 욕설을 들었다”고 토로한 사례도 있었다. 이에 대해 좋은교사운동은 “정당한 지도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하기 일쑤고, 일부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이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사례가 학교 현장마다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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