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명 숨진 이태원 ‘수사 불가’ 검찰, 14명 사망 오송은 ‘대대적 압색’

한동훈, 이태원 참사 땐 “대형참사 수사 어려워”…경찰 내부 “검찰권 자의적 행사”

24일 오후 충북도청에서 자연재난과와 도로과를 압수수색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검찰은 24명의 사상자가 난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 충북도의 부실 대응을 수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검수완박 법률 개정으로 검찰이 대형참사 관련해서 직접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규정이 빠졌습니다. 검찰이 경찰의 범죄 자체를 수사할 수는 있게 되어 있지만, 이 사안은 여러 가지 원인들이 결합된 참사고 범위가 넓기 때문에 지금 현재 수사 개시 규정으로는 검찰이 직접수사를 개시하는 데 한계가 있어 보이는 면도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 나흘 뒤인 지난해 11월2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검찰이 대형참사 수사를 맡기 힘들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태원 참사 수사는 경찰관이 주요 수사 대상이었다. 경찰관 범죄는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범죄다. 그러나 ‘대형참사는 검찰이 수사하지 말라’는 개정법 조항에 따라 검찰이 나서기는 힘들다는 취지였다.

9개월 만에 벌어진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서 검찰은 수사 전면에 나섰다. 국무조정실의 ‘경찰관 6명 수사의뢰’ 등 이태원 참사 때와 차이는 있다. 하지만 ‘대형참사 수사는 못한다’던 태도와 달리 이번에는 대규모 수사본부를 꾸렸다. 이태원 참사 때와 180도 다르다.

9개월 전과 다른 검찰의 태도는 똑같은 법령에 대한 ‘해석’ 차이에서 비롯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검찰은 ‘법적으로’ 대형참사를 직접수사할 수 없다. 하지만 자신들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경찰 범죄’와 ‘직무유기’를 활용해 이번에는 대형참사 수사를 도맡고 있다. 검찰은 대형참사 수사를 ‘못’하지만, 필요하면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경찰 수사본부 관계자는 “사고 원인과 대처 등 참사 전반에 대한 수사는 경찰에서 하는 게 법적으로 맞지만, 검찰이 관계기관을 전방위 압수수색하면서 경찰은 이미 한발 늦었다. ‘셀프 수사’ 논란까지 있어 더 움직이기가 힘든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또다른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원하면 사실상 모든 수사를 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바꿔놔서 검찰권이 자의적으로 행사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e-mail] 박수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