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담임교사 ㄱ씨를 추모하는 메시지가 서이초등학교 입구 쪽에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 이후 교권 추락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최근 6년간 초·중·고 교사 10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은 초등학교 교사였다.
30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취합한 교육부 자료를 보면, 2018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공립 초·중·고 교원 100명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학교급별로 초등학교 교사가 57명으로 가장 많았고 고등학교 교사 28명, 중학교 교사 15명 순이었다. 지난해 초·중·고 전체 교사(44만명) 중 초등 교사가 44%로 가장 많은 점을 고려하더라도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 중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원인별로 보면, ‘원인 불명’으로 분류한 70명을 제외한 30명 가운데 16명(53.3%)이 ‘우울증·공황장애’로 숨진 것으로 파악했다. 이어 ‘가족 갈등’ 4명, ‘신변비관’ 및 ‘질병 비관’ 각각 3명, ‘병역의무’ 2명 등이었다.
교육부 자료를 보면 2018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공립 초·중·고 교원 100명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숨진 교사의 수는 2018년(14년)에서 2021년(22명)까지 4년 연속 증가했다가 지난해 19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11명의 교사가 목숨을 잃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학생·교사·학교 수가 제일 많은 경기지역에서 목숨을 끊은 교사가 22명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13명)과 인천(3명)을 더하면 수도권 내 총 38명의 교사가 세상을 떠난 셈이다.
비수도권에서는 부산이 9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북 8명, 충남 7명, 전남·전북 각각 6명, 강원·대구·대전 각각 5명, 울산·경남 각각 4명, 세종 3명 순이었다. 광주·제주·충북교육청은 6년간 극단적 선택을 한 공립 초·중·고 교사가 없었다고 보고했다.
경찰과 교육당국은 지난 18일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서초구 초등학교 1학년 학급 교사 ㄱ씨에 대한 진상 조사를 열흘 넘게 진행하고 있다. 고인이 숨진 배경에 과도한 교육활동 침해가 있었다는 의혹이 계속 커지고 있는 가운데, ㄱ씨가 숨지기 전 학교에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나 학생들 간 다툼 등과 관련해
10차례 업무 상담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교사들의 자발적 모임인 ‘전국교사일동’은 전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 도로에서 집회를 열고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과 ‘교사 교육권 보장’ 등을 촉구했다. 서울교육대 교수 102명도 같은날 공동성명서를 내고 “진상규명과 교사 인권 회복에 모든 교육관계자의 동참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