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에 입주한 남양주 별내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천장이 붕괴되지 않도록 철골조의 잭서포트 공사가 진행중이다. 이 단지는 무량판 방식의 302개 기둥 중 무려 126개 기둥에서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국토부 조사결과 드러났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엘에이치(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에서 필요한 철근이 빠진 지하주차장이 무더기로 쏟아진 배경 중 하나로 ‘전관 특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1년 전 감사원 감사결과에 다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엘에이치 퇴직자가 용역회사에 재취업한 뒤, 일감을 따내려 엘에이치 현직자를 사전접촉한 사실도 앞선 감사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번에 철근 누락이 문제가 된 15개 단지 중 13개를 설계한 업체 또한 ‘전관 업체’였던 만큼, 전관 특혜를 위해 짜고 치는 불공정 계약 관행이 부실을 키웠다는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3일 감사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공공기관 불공정 계약실태 보고서를 보면, 2016년 1월∼2021년 3월까지 엘에이치의 3급 이상 퇴직자는 604명으로 이 중 304명이 엘에이치와 계약 이력이 있는 회사 153곳에 재취업했다. 고위직 퇴직자의 절반이 유관 기업에 재취업한 것이다.
같은 기간 엘에이치는 전체 계약(1만4961건)의 21.6%에 해당하는 3227건의 공사·용역·물품 계약을 퇴직자가 소속된 업체와 맺었다. 금액으로 따지면 9조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중 계약 상대를 임의로 정하는 수의계약 비중은 34.1%로, 계약금액만 6854억원에 이른다.
해당 감사에서는 엘에이치의 공동주택 설계 용역 심사 당시 내부 평가위원과 입찰에 응한 용역회사 소속 퇴직자가 사전에 접촉한 사실도 무더기로 적발됐다. 엘에이치 내부 심사·평가위원 59명이 58개 용역 관련 심사·평가를 진행하면서 퇴직자로부터 전화를 받는 등의 사전접촉이 있었는데도 이를 엘에이치 쪽에 알리지 않은 것이다.
엘에이치의 내부 지침에는 모든 심사·평가위원은 응모업체와의 사전접촉·여부 확인서를 심사·평가 전에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심사·평가의 공정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엘에이치가 퇴직자가 재취업한 업체에 특혜를 줬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달 31일 엘에이치 부실공사의 원인 중 하나가 전관 특혜에 있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고, 감사원은 감사 착수 여부를 검토 중이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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