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주변에 경찰이 배치돼 있다. 연합뉴스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에 이어 분당 서현역 인근에서 또다시 무차별 흉기 난동 범죄가 발생한 가운데, 시민들은 “할 수 있는 건 범죄 예고 글에 적힌 시간과 장소를 피하는 것뿐”이라며 무력감을 호소하고 있다.
4일 오전 기준 에스엔에스(SNS) 엑스(트위터) 등을 보면, ‘오늘 살인 예고 목록’이라는 글이 수만건 넘게 공유되고 있다. 이는 잠실역·강남역 등을 범행 장소로 지목하며 살인을 예고한 인터넷 글을 정리해둔 글로, ‘반드시 유의 부탁드립니다’ ‘조심합시다’ 등의 당부가 담겨있다. “일기예보처럼 살인 예고를 봐야 하는 세상이 됐다”는 한탄 섞인 반응이 이어졌다.
이날 아침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김주영(24)씨도 살인 예고글을 보고 외출을 머뭇거렸다. 예고글 가운데 김씨 집 근처인 수인분당선 한티역에서 범행을 저지르겠다는 내용도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집밖으로 나가기가 무섭고 ‘이제 지하철을 타면 안 되는 건가’ 생각도 들면서 사람 많은 곳을 기피하게 되는 것 같다. 살인 예고가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계속 든다”고 했다.
직장인 박아무개(36)씨도 “회사가 강남 근처에 있어 강남역을 매일 지나가는데, 인스타그램에서 ‘8월4일 강남역 퇴근 시간(오후 7시)에 살인 예고’ 글이 올라온 걸 봤다. 당분간은 강남역을 못 갈 것 같다”며 “모방 범죄로 계속 이어질까 두렵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아무개(44)씨는 “만일에 대비해 사건이 발생하면 빠르게 도망갈 수 있도록 길에서 이어폰을 끼지 말아야겠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저녁 5시59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에이케이(AK)플라자 백화점에서 최아무개(22)씨가 모닝 승용차를 타고 인도에 돌진한 후 흉기 들고 백화점으로 들어가 흉기를 휘둘렀다. 최씨가 저지른 범죄로 피해를 본 부상자는 교통사고 5명, 흉기 피해 9명 등 모두 14명이다.
경찰은 이런 범죄 예고성 글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날 오전까지 서울 시내에서 범행을 저지르겠다고 예고한 글만 11건으로 경찰은 작성자를 추적하는 한편, 범행 예고 장소에 순찰 인력을 배치한 상태다.
온라인 에스엔에스(SNS)에 올라온 ‘살해 예고 장소 목록’ 게시글.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구연수 김우리사랑 교육연수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