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에 참가한 덴마크와 노르웨이 스카우트 대원들이 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상춘재를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찰칵. 서울 종로구 청와대 본관 로비를 돌아보던 한 노르웨이 스카우트 대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찍었다. 이 대원은 “사진 속 인물이 누군지 모른다”고 웃으며 말했다. 사진 밑에 영어로 설명이 쓰여 있었지만 이를 읽어보는 대원들은 거의 없었다. 해설자 하나 없이 청와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대원들은 시간이 되자 관광버스에 올라타 다음 일정으로 향했다.
9일 태풍을 피해 전북 새만금 영지를 떠나 서울로 올라온 노르웨이, 덴마크 스카우트 대원들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사전에 제시한 프로그램 자료를 본 뒤 자신들의 의사에 따라 선택한 일정대로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충분한 준비 시간이 없었던 탓인지 곳곳에서 미숙한 부분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오전 10시30분 한국관광공사의 실감 체험형 한국관광홍보관 ‘하이커 그라운드’ 방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한 대원들은 1시간가량 청와대에 머물다가 점심 식사를 위해 인근의 인사동으로 이동했다. 이들을 인솔하던 한국 쪽 관계자는 “예약된 곳이 없다”며 자율적으로 점심을 먹으라고 공지했고, 이에 따라 스카우트 대원들은 삼삼오오 흩어져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일부 대원들은 미리 준비해온 샌드위치로 끼니를 대신하기도 했다. 덴마크에서 온 푀르데(14) 대원은 “잼버리에 참가해서 아주 좋다”면서도 “식사나, 위생적인 부분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취재 제한도 곳곳에서 이뤄졌다. 문체부는 당초 취재진에 스카우트 대원들의 ‘동의’를 전제로 인터뷰가 가능하다고 공지했지만, 현장에서는 스카우트 대원들과 접촉하는 것 자체가 금지됐다. 관람 등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일부 대원들은 “한국이 좋다”며 취재진에 먼저 말을 거는 등 호의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대체로 “스카우트연맹 쪽에서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다며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전날 종로구 성균관대에 짐을 푼 스위스 스카우트 대원들은 학교 쪽이 마련한 전통문화 행사에 참여했다. 특히 케이팝 노래에 맞춰 선보인 태권도 시범이 큰 인기를 끌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열에서 이탈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고 누워있거나 스마트폰을 보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스위스 대원(18)은 “캠프를 떠나게 된 것이 매우 슬프지만, 잼버리 자체는 아주 좋다”며 “이전 캠프에서는 액티비티한 활동들을 했었는데 오늘 한 딱지치기도 재밌다”고 말했고, 데커(15) 대원은 “기숙사가 아주 깨끗하다. 재미있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성균관대에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로 예정됐던 잼버리 관련 정부 브리핑을 돌연 취소해 그 배경을 두고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김 장관은 스카우트 대원들을 향해 “태풍으로 인해 올라오게 되어 죄송하다. 좋은 하루 보내라”며 짧은 인사말을 했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에 참가한 덴마크와 노르웨이 스카우트 대원들이 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춘추관을 방문해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로구 동양미래대학에 머물고 있는 코스타리카 대원 40명은 마포구에 위치한 한 댄스학원에서 춤 수업을 들었다. 아이돌 블랙핑크의 멤버 지수의 노래(꽃) 안무를 배웠을 때는 대원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기도 했다. 다만 대원들은 새만금 영지를 떠난 것에 대한 아쉬움도 큰 모습이었다. 앙헬라(16) 대원은 “급작스럽게 새만금을 떠나야 했던 건 충격적”이라고 했고, 호수헤(17) 대원은 “급작스럽게 떠나게 돼 아쉬웠다”며 “잼버리의 큰 재미는 다양한 국가들의 친구들과 만나 선물을 교환하고 인사를 하는 것인데, 지금 대원들이 다 서울에만 머무는 것도 아니고 서울이더라도 다 떨어져 지내기 때문에 새만금에서처럼 시간을 보내진 못한다”고 했다.
서울시는 이날 스카우트 대원들을 위한 문화프로그램을 본격 운영한다고 밝혔다. 200여명의 스카우트 대원들은 이날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남산한옥마을 광장을 출발해 남산타워까지 이어지는 산책 코스를 걷는다. 미국 영국 핀란드 몰디브 등 4개국 대원 380여명은 서울식물원을 찾기도 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김우리사랑 박시은 강신범 구연수 교육연수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