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1주년 성과보고회 및 2기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삼성 노조와해’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삼성 임직원들을 대거 사면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책임자급은 뺐다’는 법무부 설명과 달리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 노사 담당 임원도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당시 기소해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로, 윤 대통령의 부적절한 ‘셀프 사면’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광복절 특별사면 ‘적정 의결 대상자 명단’과 관련자 판결문 등을 종합해 취재한 결과, 윤 대통령은 지난 8월15일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삼성 임직원 15명을 사면했다. 이들은 삼성 에버랜드 및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사건으로 2022년과 2021년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집행유예 기간이 남아 있는 경우에는 형 선고 효력을 없애는 ‘형선고실효 특별사면’과 자격 상실을 회복해주는 ‘특별복권’ 혜택을 받았다.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경우에는 특별복권만 됐다.
앞서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8~2019년 삼성 노조와해 관련 임직원들을 대거 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노조와해 작업”이 추진됐다고 밝혔다. 법원도 ‘삼성그룹 차원의 조직적 범행’으로 판단했다. 그룹 차원에서 세운 ‘무노조 전략’이 미전실 주도로 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 등 각 계열사에서 실제 시행됐다는 것이다. 에버랜드에서 노조 설립을 주도한 직원을 징계하고 강제수사를 유도한 행위나,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에서 노조를 결성하려 하자 노조 와해를 위해 해당 업체를 기획적으로 폐업하게 하는 행위 등을 대법원이 모두 인정했다.
지난 14일 법무부는 광복절 특별사면 보도자료를 내며 회사 이름 없이 “노조법 위반 등 사건 주요 임직원을 특별사면”하지만 “책임자급은 제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무부 설명과 달리 사면된 김아무개씨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사건 당시 미전실 노사 담당 임원(상무)으로 법원이 “삼성그룹 노사 업무를 총괄했다”고 판단한 인물이다. 김씨의 형량은 징역 1년2개월 집행유예 2년으로, 실무진(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에 견줘 높았다. “김씨 지위와 역할 관여 정도 등에 비춰보면 책임이 가볍지 않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또 에버랜드 상무로 있던 문아무개씨도 사면 대상에 들어갔다.
다만 이 사건 가장 ‘윗선’으로 삼성 미전실 총괄자인 강경훈 전 삼성전자 부사장과 목장균 전 삼성전자 전무 등은 사면 대상에서 빠졌다. 강 전 부사장은 징역 1년4개월을, 목 전 전무는 징역 1년을 확정받았다.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최평석 전 삼성전자서비스 전무도 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면된 나머지는 차장이나 과장·부장 등으로 ‘노조와해’ 실무를 담당했다. 미전실에서 ‘에버랜드 노사 와해 계획서’를 썼거나 노조 주도자를 미행하거나 강제수사 유도를 위해 노조 설립 주도자 정보를 경찰에 제공한 이들이다. 노조 탈퇴 전략을 뜻하는 ‘그린화’ 전략 수립과 실행에 관여한 이들도 사면됐다. 법원은 “상부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해 (이들에게) 무거운 책임을 묻기 어렵다”면서도 “이들 행위로 법이 허용하지 않는 부당노동행위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삼성 노조와해 사면을 두고 ‘사면권 남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해당 사건 고소대리인 박다혜 변호사는 “단순 가담자는 기소되지도 않았고 기소된 이들은 단순 행위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노조 파괴에 가담한 이들”이라며 “삼성그룹 차원의 ‘조직범죄’가 이뤄졌다며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해 기소해놓고 왜 뒤늦게 사면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사면과 관련한 내용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