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1일 육군사관학교에서 제막한 독립전쟁 영웅 5인의 흉상 표지석. 왼쪽부터 홍범도 장군, 지청천 장군, 이회영 선생, 이범석 장군, 김좌진 장군. 육군 제공
인권시민단체가 육군사관학교(육사) 내 독립전쟁 영웅 5명(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이회영)의 흉상을 철거하겠다는 국방부 방침을 두고 철거 중지 가처분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나섰다.
28일 시민단체 인권연대는 성명을 내고 “윤석열 정부가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설치된 독립운동가 이회영, 홍범도, 지청천, 김좌진, 이범석 장군의 흉상을 철거 및 이전하려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연대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우리 대한국민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임시정부에서 기원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흉상 철거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국방부와 육사는 지난 26일 ‘소련 공산당 가입·활동 이력이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공산주의와 싸우는 장교를 육성하는 기관에 두는 게 부적절하다’며 홍 장군을 포함한 독립전쟁 영웅 5명의 흉상을 철거해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홍범도 장군은 일제 강점기 항일 무장투쟁의 상징적 인물로, 정권의 성격과 관계 없이 그 공을 인정 받았다. 1920년 봉오동 전투에 이어 김좌진 장군과 함께 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끈 영웅이기도 하다. 독립영웅으로 인정해 1962년 박정희 정부가 홍 장군에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하고, 2021년 문재인 정부가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수여했다. 1927년 소련 공산당에 입당했지만, 당시엔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공산주의·사회주의를 받아들인 독립운동가가 상당수 있었던 점이 고려된 것이다. 광복 2년 전인 1943년 숨져 북한 정권 수립과도 관련이 없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이 나서서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이런 중대 사태를 묵과할 수 없어 소송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