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돈봉투 의혹' 핵심 피의자인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 지난 5월8일 오후 두 번째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으로 가장 먼저 기소된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 검찰 쪽 핵심 증거가 된 ‘이정근 녹취록’ 전체를 봐야 한다고 재판에서 주장했다.
강 전 감사는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재판장 김정곤) 심리로 열린 첫 공판기일에서 “녹취록의 전후를 더 들어봐야 한다”며 녹음 파일 전체 제출을 요청했다. 강 전 감사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국회의원과 지역본부장 등을 상대로 돈 봉투 살포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강 전 감사는 “2년 전에 (이정근씨에게) 스스럼없이 이야기했던 부분이라 다 기억하지는 못하는데, 수사 단계에서 (녹취록의) 일부가 잘려져 배열됐다”며 “사적인 통화 중에는 거짓말도 많이 들어갈 수 있는데, 통화에 담긴 거짓말이 수사에서 사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강 전 감사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 통화 녹음에서 전당대회 당시 돈 봉투 살포에 대한 여러 정황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심리 중 (이미 제출된) 녹음 파일을 들어보고 변호인 쪽에서 맥락에 대해 다툴 수 있고, 맥락이 중의적이라면 검찰이 입증하는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하면) 피고인의 방어권이 보장될 것”이라며 “방대한 녹음파일 검토가 법정에서 이뤄질 필요는 없다”고 했다.
강 전 감사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회의원과 선거캠프 관계자 등에게 총 9400만원 전달하는 데에 관여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강 전 감사 쪽은 2021년 3월 이 전 부총장을 통해 캠프 소속 지역본부장들에게 금품을 제공하도록 지시·권유한 혐의 등은 인정했지만 △지역본부장들에게 주겠다며 이성만 무소속 의원으로부터 1천만원을 받은 혐의 △송 전 대표 경선 자금 명목으로 사업가 김아무개씨로부터 5천만원을 받은 혐의 △윤관석 무소속 의원에게 3천만원을 추가로 제공한 혐의 등은 부인한다.
강 전 감사 쪽은 “이번 사건 특징은 많은 관련자가 있고 관여 정도가 모두 다르다는 점”이라며 “피고인이 지역 상황실장과 지역본부장에게 잘 해줘야 한다는 말 한마디 했다고 해서, 윤 의원과 통화를 했다고 해서 나중에 피고인이 관여하지도, 주지도 않은 금품에 대해 공범으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정치적 해석’이 담긴 검찰의 진술이 부적절하다며 지적하기도 했다. 검찰은 약 50분간 모두진술에서 “피고인은 2018년 당대표 경선에서 송영길 후보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으나 송 후보가 낙선했고, 2021년 당대표 경선이 치러지자 당대표 선출을 공로로 인정받아 요직에 진출할 기회를 누리기 위해 선거운동을 돕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검찰 모두진술에는 공소장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 있다. 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대한 정치적 해석이라든지, 피고인이 범행에 개입하게 된 동기에 관해 설명한 부분은 증명할 수 없는 부분이라 적절하지 않다”며 “그런 부분은 간략하게 요지만 전달해달라”고 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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