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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법원장 후보 부산·경주 ‘투기’ 정황…아내는 증여받고 매매 신고

등록 2023-08-30 05:00수정 2023-09-03 15:42

이균용, 부산 농지법 위반 의혹 이어 경주 투기 의혹
‘3425평 증여받고 매매 신고’ 아내는 세금회피 의혹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에 있는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에 있는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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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49평(3만577.988㎡). 2010년 공직자 재산등록 기준 이균용(61) 새 대법원장 후보자 부부가 부산과 경주 일대에 보유한 토지 17개 필지를 합한 면적이다. 이 후보자 이름으로 구입한 토지도 3685평(1만2160㎡)에 달한다. 부부가 보유했던 토지는 대부분 임야로, 20대 사회초년생이던 1980년대 대부분의 땅을 사들였다.

이 후보자의 땅은 △전국적으로 부동산 광풍이 불던 시기에 △가족이 지분을 쪼개 매입했고 △장기보유 뒤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점에서 ‘투기의 정황’이 강해 보인다. 그럼에도 이 후보자는 “당시 법령에 다 맞게 행동하고 잘못한 것도 없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자가 보유한 땅 대부분은 사법연수원 수료 즈음에 매입된 것이어서 어떻게 거액의 자금을 마련했는지 등이 청문회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후보자 부인은 2000년 이 후보자가 대법원 재판연구관일 때 아버지로부터 토지를 증여받고도 부동산등기부에는 매매로 신고해 증여세를 회피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 이 후보자, 경주에도 3000평 소유

이 후보자 본인이 소유한 땅은 크게 부산과 경주 일대로 나뉜다.

부산 땅 1필지(동래구 명장동 530-2번지)는 1987년 장인 등과 함께 구입했다. 이 후보자가 구입한 이 땅은 지목이 ‘답’ 즉 농지로, 당시 법률상 서울에 거주하는 이 후보자가 구입할 수 없는 땅이어서 법 위반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 후보자의 부인은 그보다 2년전인 1985년 530-2번지 일대에 6필지를 구입해 놓은 상태였다.

부부는 2013년 동래구 명장동 일대의 7필지를 28억여원에 팔아 수십억원의 차익을 얻었다. 1년여 뒤 이 땅은 ‘명장동 동일아파트 지구단위계획구역’에 포함됐는데, 이 부부의 땅이 전체 개발면적(3만0606㎡)의 12%인 3798㎡에 달했다. 명장동 땅 투기 의혹에 대해 이 후보자는 “장인이 자동차운전면허학원과 부대시설로 실제 이용한 것”이라며 부인한다.

이 후보자가 여전히 소유하는 경주 땅 3천여평은 용처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이 후보자는 명장동 땅을 산 다음해인 1988년 6월 경북 경주 일대의 땅 3필지(1만1806㎡)를 사들였다.

지목은 유지다. 유지는 댐·저수지·호수이거나, 배수가 잘 되지 않지만 연꽃과 왕골 등이 자랄 수 있는 곳이다. 3년 이상 계속 농작물을 경작하면 농지가 되는데, 이 후보자는 30년 이상 경작을 하지도, 그렇다고 팔지도 않고 현재까지 장기보유하고 있다.

1987년 11월4일 동아일보 보도. 동아일보는 ‘부동산 투기 강력 억제’라는 기사를 통해 “최근 부동산투기 행위가 일부지역에 그치지 않고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 동아일보 갈무리.
1987년 11월4일 동아일보 보도. 동아일보는 ‘부동산 투기 강력 억제’라는 기사를 통해 “최근 부동산투기 행위가 일부지역에 그치지 않고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 동아일보 갈무리.

✅ 투기 광풍의 시기에 매입…자금 출처는?

이 후보자 부부의 토지 매입은 1980년대에 집중돼 있다. 1980년대는 전국적으로 땅 투기가 휩쓸던 시기였다. 부족한 주택 수를 늘리려고 정부는 신도시를 짓고 택지지구 개발계획을 내놨다. 전국적으로 땅값이 급등했다.

개발정보에 접근이 쉬운 고위공직자나 사회지도층이 앞다퉈 토지를 사들이면서 사회적 문제가 됐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이 후보자의 장인과 처남 등이 함께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 후보자 부부가 주로 사들인 토지의 지목은 임야다. 구입한 토지에서 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53.7%(1만6430㎡)에 달한다. 임야는 가성비 좋은 부동산 재테크로 알려져 있다. 전, 답, 과수원과 달리 농지 관련법을 위반하지 않을뿐더러 가격도 싸기 때문이다. 입지 좋은 곳에 자리한 임야를 싼값에 사들인 뒤 오랜 기간 보유하며 재개발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지목 변경을 기다리는 식이다.

이 후보자 부부는 교통이나 입지가 좋은 임야 등 토지를 가족이 쪼개 사들인 뒤, 30년 넘게 장기보유하다가 재개발 등을 앞두고 팔아 수억원의 차익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가 어떻게 돈을 마련해 수천평에 달하는 땅을 샀는지도 의문이다. 땅 구입 당시 이 후보자는 사법연수원을 갓 수료한 상태였다. 1990년 공시지가 기준으로 명장동 530-1 토지 값은 4593만원(1㎡당 12만원)이다. 당시 사법연수생이 받은 월급(5급 공무원)은 1년차 23만7천원, 2년차 26만2500원이었다.

부산 명장동 땅값만 이 후보자가 한 푼도 쓰지 않고 수년은 모아야 하는 돈인 셈이다.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법연수원에서 2년 받는 돈을 모아 해당 토지를 산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대출을 받았거나 주변 지원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 이 후보자 부인, 증여 받고 ‘매매’로 신고

20대였던 이 후보자 부부가 막대한 땅을 소유한 경위가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 후보자 부인이 아버지로부터 토지를 증여받고 매매로 신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증여세를 아끼기 위해 부동산 증여를 매매로 신고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 후보자가 대법연구관이던 2000년 7월 부인 김아무개씨는 부산 북구 만덕동 소재 4만5291㎡ 크기의 임야 1필지에 대한 지분 4분의 1(1만1322.7㎡)을 보유하게 됐다.

이 땅은 김씨의 아버지가 1999년 10월 23억원에 매입해 학교 부지로 26억5천만원에 팔려다가 허가가 나오지 않아 매매 계약을 취소하고 2000년 김씨를 비롯한 세 자녀에게 증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등기부 등본에는 김씨가 이 토지를 매매했다고 기록돼 있었지만, 성남세무서는 ‘현금 증여’로 판단해 2002년 4월 증여세 8800만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세 자녀는 국세심판원(현 조세심판원)에 조세불복심판을 청구했다. 토지 매입 대금을 증여받는 것이 아니라 토지를 증여받은 것이니까 매입 대금 23억원이 아니라 공시지가 4억4천만원에 대한 증여세만 내게 해달라는 주장이었다. 조세심판원은 “토지를 증여받은 것”이라고 결론 내렸지만 증여세 액수는 결정하지 않았다.

이 후보자의 부인은 결혼하기 전인 10대부터 땅을 보유해왔다. 16살 때인 1979년 5월 아버지와 형제들과 함께 부산 사상구 덕포동 389-1을 사들였다. 김씨가 취득한 면적은 297.5㎡이며, 지목은 주거·사무용 건물 등을 지을 수 있는 ‘대’였다.

지난 2010년 8월 30년 만에 이 땅을 3억6천만원에 팔았다. 땅값은 ㎡당 121만원 수준으로 당시 공시지가(91만원)를 크게 웃돈다. 이 땅은 다음해인 2011년 3월 공장용지로 지목이 바뀌었다. 2010년 공직자 재산 신고 기준 부인이 보유한 땅은 1만8389.24㎡로 이 후보자의 땅(1만2188.75㎡)보다 많았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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