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극단 선택을 한 교사가 근무하던 서울 양천구 한 초등학교에 교사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공
서울 양천구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다 지난달 31일 극단 선택을 한 교사가 6학년 담임을 맡은 뒤부터 교직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시교육청은 1일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ㄱ(38)씨가 전날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아파트에서 추락해 숨졌다고 밝혔다. 14년차 교사인 ㄱ씨는 6학년 담임을 맡았으며, 전날까지 질병 휴직 중이었다. ㄱ씨는 육아휴직 후 지난해 2학기에 교과전담교사로 복직했고 6학년 담임을 맡은 지난 3월부터는 연가와 병가 등을 길게는 한 달 이상 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교원단체들은 교사의 죽음이 개인사가 아닌 교직 생활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은 2일 성명서를 내어 “동료교사 다수의 증언에 따르면 고인이 올해 맡은 6학년 아이들이 교사의 지도에 불응하거나 반항하는 경우가 있었고, 교사를 탓하는 학부모의 민원까지 겹치면서 1학기를 채 마무리하지 못하고 연가와 병가를 냈다고 한다”며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가 초기에 그랬던 것처럼 고인의 죽음을 개인사로 몰아가선 안 된다. 철저한 진상규명이야말로 고인에 대한 마지막 예의라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교사노조는 전날 “고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 학교 측에서 사건을 은폐하고 개인사로 축소하려는 정황이 확인됐다”며 “제보에 따르면 학교 측에서는 9월1일 두 차례 부장회의를 통해 ‘학교에는 책임이 없으며, 고인의 사망 원인은 개인적인 문제’라는 입장을 교사들에게 얘기했고, 동료 교사들에게 학교 얘기를 밖으로 발설하지 않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서울 양천구 초등학교 앞에는 교사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추모객들은 “안타까운 죽음의 진실을 밝혀달라”, “철저한 진상규명, 은폐·축소 처벌” 등의 메시지를 써 학교 앞 담벼락에 남겼다.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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