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검은 옷을 입고 모인 교사들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서초구 교사 사망 사건 진상규명 및 아동학대 관련법 즉각 개정을 촉구하는 7차 집회를 열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49재인 4일 교사들이 학교에 집단 연가를 내는 등의 방식으로 우회 파업(공교육 멈춤의 날)을 예고한 가운데, 자녀 등교를 놓고 학부모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교육부가 형사 고발까지 언급하며 교사들의 집단행동에 제동을 건 상황에서 단축수업 여부 등 학교 차원의 구체적인 통보를 받지 못한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야 할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서울 송파구에서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키우는 안아무개(40)씨는 3일 오후까지도 이튿날 아이를 학교에 보낼지 결정하지 못했다. 학교가 보낸 가정통신문엔 ‘4일엔 휴업하지 않기로 했다. 당일 상황에 따라 단축·통합 수업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교육활동이 이뤄질 수 있다’고만 돼있었다. 학교는 수업이 어떻게 운영될지 4일 오전 10시께 알려주겠다고 덧붙였다.
안씨는 “아이 담임 선생님이 학교에 나오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공문의 행간을 읽어 학교와 담임 선생님의 의중을 파악하라는 건데 교육부와 교육청 사이에 끼어서 학부모들만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정아무개(41)씨 역시 “혹시나 내 아이만 학교에 오는 건 아닐지, 생각 없는 부모의 아이로 비치진 않을지 걱정”이라며 “태권도 학원에서 ‘학교에 가지 못할 경우 오전 9시부터 대신 돌봄을 해준다’는 알림이 와서 그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학부모들이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학교에서 재량휴업일로 지정이 안 되면 누군가는 눈치를 보게 되는 이 상황이 참 불편하다’며 ‘어쩔 수 없이 등교를 해야 하는 소수의 아이가 받을 상처가 걱정된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학교가 이처럼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배경에는 교육 당국의 압력 행사 탓이 크다. 실제 대전의 일부 초등학교가 4일엔 학교 자체 프로그램 또는 단축수업을 진행한다는 내용과 함께 교외체험학습 신청 방법을 안내했다가, 대전시교육청으로부터 “우회적으로 체험학습을 권유한 것처럼 비친다”고 지적을 받았다. 이에 해당 학교들은 4일에 정상 수업을 한다는 공지와 함께 학부모들에게 신청한 체험학습을 철회해달라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재발송했다.
숨진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에 대한 추모와 함께 교권 관련 법 개정을 촉구하기 위해 지난 2일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연 전국 교사 30만명(주최 쪽 추산)은 ‘공교육 멈춤의 날’과 관련된 교육부의 엄정 대응 기조에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교사들은 4일 오후 4시30분부터 서울 국회의사당을 비롯해 충남·대구교육청 앞 등 전국 각지에서 추모집회를 열 예정이다. 서울교대 등 전국 5개 교육대에서도 오후 7시께 학내에서 추모집회가 열린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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