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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방부가 “명강의” 칭찬한 학자 “안중근도 빨갱이라 할 거냐”

등록 2023-09-05 14:13수정 2023-09-06 07:32

심용환 역사엔(N)교육연구소 소장의 유튜브 채널 ‘현재사는 심용환’에 3일 올라온 홍범도 장군 관련 영상. 유튜브 갈무리
심용환 역사엔(N)교육연구소 소장의 유튜브 채널 ‘현재사는 심용환’에 3일 올라온 홍범도 장군 관련 영상.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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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관학교(육사)가 공산주의 경력을 문제 삼아 홍범도 장군(1868~1943)의 흉상을 육사에서 철거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역사학계에 이어 역사 전문 강사, 역사교사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의 잣대로 과거를 재정의 하려는 것이 과거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만큼 위험성이 크다는 시각이다.

역사 전문 강사이자 방송인인 심용환 역사엔(N)교육연구소 소장은 지난 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현재 사는 심용환’에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를 주제로 한 영상을 올리고 “현재의 잣대로 과거를 규정하는 건 (역사) 왜곡”이라며 “(홍범도 장군처럼 연해주를 기반으로 활동한) 안중근 의사도 빨갱이라고 할 거냐”고 했다.

심 소장은 다양한 방송 활동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역사학자로, ‘단박에 한국사’ 등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7월 문화재청이 주최한 청와대 야간개방행사에 해설자로 나섰었고 이보다 앞선 5월에는 국방부 제7기 국민소통전문가단에 위촉되기도 했다. 국방부는 당시 보도자료에서 심 소장을 ‘명강의로 평가받는 역사강사’로 소개했다.

심 소장은 육사와 국방부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방침을 두고 “역사 전공을 넘어서서 군사정권, 보수정권에서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심 소장은 “홍범도 장군은 망국의 시대에 ‘우리가 그냥 죽지 않는다’, ‘악! 소리라도 하고 죽는다’라는 (것을 보여준) 의병전쟁의 마지막 주자였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홍범도 장군은 의병장으로 싸우다가 독립군이 됐고 나라는 사라졌지만 조선에서 독립운동기, 다시 해방 이후 대한민국으로 오게 되는 역사적 정통성의 다리를 감당한 중요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심용환 역사엔(N)교육연구소 소장의 유튜브 채널 ‘현재사는 심용환’에 3일 올라온 홍범도 장군 관련 영상. 유튜브 갈무리
심용환 역사엔(N)교육연구소 소장의 유튜브 채널 ‘현재사는 심용환’에 3일 올라온 홍범도 장군 관련 영상. 유튜브 갈무리

그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북만주, 연해주 등으로 뿔뿔이 흩어진 독립군들을 지금의 잣대로 정의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심 소장은 “러시아 혁명 이후 러시아가 공산국가인 소련이 되면서 연해주 및 러시아 일대에 존재하는 조선인들은 소련에 순응할 것인지 아니면 새 근거지를 찾을 것인지 결정을 내려야 했다”며 “떠나는 사람도 있지만 머무는 사람도 생기게 됐는데 당시에 우리나라가 분단이 될 줄, 이념 전쟁이 일어날 줄 어떻게 알았겠나. 단지 시대의 흐름 속에서 가족을 먹여 살리면서 (머물 곳이) 연해주밖에 없던 이들이 빨갱이인가”라고 되물었다. 심 소장은 “1945년 이후 형성된 냉전체제와 한반도가 지금까지 겪고 있는 분단체제라는 틀거리로 당시 연해주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의 인생을 규정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고 굉장히 무서운 논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심 소장은 홍범도 장군과 마찬가지로 연해주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했던 안중근 의사 이야기를 꺼냈다. 심 소장은 “황해도에서 활동하던 안중근 의사도 연해주로 넘어와 결국은 연해주쪽의 자금 지원을 받아 거사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또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거사를 일으킨 이유는 일본군이 아니라 러시아 법정이나 국제재판소에서 우리 (민족의) 억울함을 토로하겠다는 것이었다”며 “그러면 안중근 의사도 (연해주에) 조금만 있었으면 빨갱이, 친러파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현재의 잣대로 과거를 규정하는 것은 (역사) 왜곡”이며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흐름과 맥락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소장은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가 “정훈 교육 측면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가관, 역사관, 안보관을 더욱 분명히 하기 위한 취지”라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며 “정권은 5년 가고 끝난다”고 꼬집었다. 심 소장은 “헌법을 3번 뜯어고친 박정희 정권이나 헌법을 2번 뜯어고친 이승만 정권 등 소위 독재 정권 시절에도 역사를 존중하고 책임지고 인정하려고 했다”며 “그런데 갑자기 (5년짜리) 정권이 정치적 지향성을 넘어서서 국가관과 역사관을 건드린다? 이건 박근혜 정권 당시 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보다 더 노골적이고 심각한 역사 쿠데타가 아닐까, 그런 위험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우려했다.

심 소장 외에도 한국사 강사로 유명한 황현필 역사바로잡기연구소 소장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영상을 올리고 홍범도 흉상 철거의 부당함을 비판하는 등 역사 강사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최대 역사교사 단체인 전국역사교사모임도 7일 저녁 긴급특강을 마련했다. ‘홍범도 논의를 지켜보며: 선택적 배제와 정체성, ‘반공’? 그러면 ‘친일’도?’라는 제목으로 마련된 이번 특강은 신주백 전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장이 강사로 나서며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원은 물론 시민들도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으로 참여할 수 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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