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회사 소속으로 신분을 속이고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가입하려는 이들에게 ‘가짜 회사 이메일’로 생성된 블라인드 계정을 판매해온 이가 경찰에 붙잡혔다. 블라인드는 특정 회사 소속 여부를 이메일 보유 여부로 확인하는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로 지난달 경찰 직원 블라인드 계정으로 흉기 난동 예고글을 올렸던 이도 이 판매자에게서 블라인드 계정을 구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국은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가짜 회사 이메일로 인증 받은 계정 100개를 만들어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ㄱ(35)씨를 지난 1일 검거했다고 6일 밝혔다. ㄱ씨가 만든 경찰 직원 계정으로 블라인드에 흉기 난동 예고글을 올린 작성자 ㄴ(32)씨는 지난달 22일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경찰 설명을 종합하면, ㄱ씨는 올해 초 이직하려는 회사의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해당 회사의 블라인드 계정을 구하다가 존재하지 않는 ‘가짜 이메일’ 주소로도 블라인드 계정을 생성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 자신이 프로그래밍한 방법으로 ‘가짜 회사 이메일’ 주소를 만들고, 해당 주소를 발신 주소로 블라인드 운영진에게 ‘인증이 되지 않는다’는 메일을 보내는 방식이었다. 운영진은 발신 주소에 적힌 ‘가짜 이메일’을 인증해줬다.
ㄱ씨는 이 방법을 이용해 지난 6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삼성, 에스케이(SK), 엘지(LG) 등 대기업과 경찰청, 교육부 등 공공기관의 블라인드 계정 100개를 만들어 판매했다. 계정 하나당 4∼5만원의 금액을 받고 팔아 모두 500만원 가량을 챙겼다고 한다.
피의자 ㄱ(35)씨는 ‘정상적으로 인증이 되지 않을 시’ 방법을 범행에 이용했다. 경찰청 제공
경찰은 ㄱ씨가 아이티 전문가로 이메일 보안 관련 지식을 갖고 있어 이런 방법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쉽지 않은 방법이고, 대형 포털 등 대부분의 사이트에선 이 방법이 막혀 있다”고 밝혔다. 현재 ㄱ씨가 활용한 방식은 막혀 있다.
ㄴ씨는 특정 회사 소속일 경우 이성과의 만남이 원활하다는 점 때문에 ㄱ씨로부터 계정을 구매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에서 ㄴ씨는 게시된 글에 수차례 욕설 댓글이 달리자 블라인드 쪽에 조치를 요청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자 블라인드 쪽에 앙심을 품고 흉기 난동 예고 글을 올렸다고 밝혔다.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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