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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납북됐다 돌아온 어부 숨진 뒤 경찰이 관 열어 확인까지”

등록 2023-09-11 14:27수정 2023-09-20 10:31

납북귀환어부 3263명 피해 회복 위한 특별법 제정 촉구
1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 민관정 토론회’에서 엄경선(일어선 이) 동해안 납북귀환어부 피해자 진실규명 시민모임 운영위원이 발표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1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 민관정 토론회’에서 엄경선(일어선 이) 동해안 납북귀환어부 피해자 진실규명 시민모임 운영위원이 발표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치수호, 덕인호, 성시호, 신광호, 제5공진호, 만복호, 대양호, 협동호, 승운호, 무진호, 정진호, 경인호, 신진호, 신영호, 금연호, 덕수호, 제3금성호, 제6일신호, 제6미조호, 승해호, 해부호, 명성3호, 대복호, 창동호, 삼창호, 건설호, 풍성호, 대복호, 영창호, 동인호, 대동호, 대양호….

배 이름은 끝이 없다. 통일부 통계를 보면, 1955~1992년 동해안과 서해안에서 어로에 나섰다가 북한 경비정에 납치된 뒤 돌아온 어선은 500척이 넘는다. 납북 어민 수는 3729명이며, 이중 457명이 억류 뒤 돌아오지 않았고 나머지 3263명이 귀환했다. 강제 납북됐다가 남쪽으로 돌아온 어민들을 기다린 것은 위로와 환대가 아니라 불법 연행·구금, 고문, 간첩조작이었다. 국가보안법, 반공법, 수산업법 등으로 처벌받은 어민들은 그 뒤에도 ‘대공유해분자’로 요시찰 인물이 돼 가족까지 연좌제 피해를 입었다. 이들의 항구적 피해회복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김교흥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 납북귀환어부인권침해피해보상특별법추진위원회는 1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 민관정 토론회’를 열고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김아람 한림대 사학과 교수는 “수십년 동안의 감시와 사찰, 연좌제는 납북귀환 어부들의 삶 전체를 송두리째 바꿨다”며 “고문후유증에 의한 잦은 음주와 폭력 속에서 부인과 자녀에게도 고통과 폭력이 전이되었다. 이러한 다양한 피해사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향한 피해자의 운동에 대해 국가는 과오를 사과하고 실질적이고 빠른 배·보상으로 응답해야 하며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현실적, 법적 조처는 특별법 제정”이라고 말했다.

1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 민관정 토론회’가 시작되기 전 내·외빈과 토론 참가자, 납북귀환 어부들이 함께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경태 기자
1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 민관정 토론회’가 시작되기 전 내·외빈과 토론 참가자, 납북귀환 어부들이 함께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경태 기자

엄경선 동해안 납북귀환어부 피해자 진실규명 시민모임 운영위원은 “납북귀환어부 인권탄압은 국가폭력 범죄”라고 규정했다. 2000년대 초부터 동해안 납북귀환 어부들의 피해를 기록해온 그는 “무릎 사이에 각목을 끼고 비틀고 고춧가루 물고문을 당하는 등 봉건시대에나 가능할 법한 상상할 수 없는 고문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며 “이들은 평생 사찰을 당했는데 심지어는 사망 뒤에도 경찰이 찾아와 죽었는지 증명하라고 해 관을 열어 사진을 찍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간첩행위 종용을 받은 어민들도 있고, 2000년 초에 아버지가 납북귀환어부라는 이유로 공무원시험에 떨어진 자녀도 보았다”고 말했다.

특별법안을 설명한 최정규 변호사는 “불법구금과 사찰 뿐 아니라 북한에 납북·억류된 부분도 배·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는 어민들이 납북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었다. 고의 과실을 증명할 수 없더라도 이 부분이 마땅히 보상 범위에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조사와 진실규명은 2006년부터 이뤄져 1기 진실화해위에서 17명이 진실규명 결정을 받았다. 진실화해위는 2009년 3월에는 납북귀환어부 피해 1028명을 대상으로 기초사실조사를 벌이기도 했으나 2010년 12월로 1기 진실화해위 활동기한이 만료되면서 보고서 발행과 사후조치 없이 유야무야됐다.

1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 민관정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토론자들은 한목소리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1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 민관정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토론자들은 한목소리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2020년 12월 진실화해위가 새로 출범하면서 신청사건 241건과 함께 2022년 2월 982명, 109척의 납북귀환어부 사건에 대해 직권조사를 결정했고, 그 결과 올해 2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총 30척 310명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했다.

검찰도 전향적으로 형사처벌 받은 납북귀환어부들에 대한 직권재심을 진행중이다. 2022년 속초검찰청의 11건 재심 이후 2023년 대검찰청은 100건의 직권재심을 시작한 상태다. 검찰 직권 재심청구에서 36명이, 법원 재심에서 114명이 무죄판결을 받았다.

김아람 교수는 “재심에서 무죄판결이 나온 뒤 피해자가 개별적인 배상 소송 절차를 하지 않고 중앙정부나 지자체 등 여러 단위에서 피해회복을 위한 제도가 마련되려면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경선 운영위원은 “형사처벌을 받은 1300여명만이 아니라 납북귀환으로 피해를 받은 어민 3263명 전체가 피해자로서 배·보상 대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교흥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토론 시작 전 인사말에서 “안정적인 조사활동 기간 보장과 진실규명을 기다리는 피해자와 유족의 간절한 염원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조속히 진실화해위에서 조사기간을 1년 연장해야 한다. 국회 행안위 차원에서 기간 연장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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