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에 있는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거액의 재산을 십수년간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이 후보자가 관련 의혹을 인사청문회에서 철저히 소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13일 입장문을 내어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후보자의 장인이 재산을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과정에서 증여세 회피 의혹, 비상장주식 신고 누락 의혹, 자녀 해외재산 신고 누락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 후보자는 본인과 부인, 장녀 명의로 처가가 운영 중인 ㈜옥산과 ㈜대성자동차운전의 비상장주식을 2000년부터 각 1000주씩 보유하고 있는데,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된 뒤에야 이런 사실을 뒤늦게 신고해 ‘고의 누락’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이 후보자는 최초 재산신고 당시 해당 주식이 재산등록 대상이 아니었고, 2020년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개정으로 비상장주식 평가 방식이 액면가에서 평가액으로 바뀌면서 재산등록 대상이 됐는데 이를 몰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해명이다. 이 후보자가 재산이 공개된 2009년 당시 공직자윤리법 기준으로도 최소한 이 후보자 아내의 비상장주식은 등록대상 재산이었다.
경실련은 “공직자윤리법상 비상장주식 신고는 시행령이 아니고 법률 개정사항이었다”며 “이를 법률 개정사항이 아닌 시행령 개정 사항이어서 몰랐다는 후보자의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대법원장이 되겠다는 사람이 법률과 시행령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전문성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이렇게 하루아침에 드러날 사실을 청문회 기간만 거짓말로 때우고 넘어가려 할 정도로 양심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후보자의 추가적인 입장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 배우자가 부친으로부터 토지를 증여받고 이를 매매로 신고해 증여세 납부를 회피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경실련은 “증여세 신고 여부 및 증여세 최종 납부 금액 등을 제출하길 바란다”고 했다. 또 이 후보자가 자녀의 해외재산 신고를 누락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공직자윤리법 위반 소지가 있는 만큼 추가 해명이 필요하다. 더구나 대법원장이라는 중책을 수행할 공직자라면 더욱 그러하다”고 했다.
경실련은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장인 재산의 편법 증여 및 비상장주식 미신고 등 여러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논하기 이전에 고위공직자로서 기본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도 대단히 의문”이라며 “관련 의혹을 정직하고 명확하게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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