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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밤샘 집회 전면 금지’ 밝힌 정부…경찰, 사실상 ‘허가제’ 역주행

등록 2023-09-22 05:01수정 2023-09-22 11:25

야당 반대 땐 법 개정 힘든데도
‘법률 개정안 발의’ 퍼포먼스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20일 오후 국회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본회의 통과 촉구 및 거부권 저지’ 투쟁문화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20일 오후 국회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본회의 통과 촉구 및 거부권 저지’ 투쟁문화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정부가 발표한 ‘심야 시간대(0~6시) 집회·시위 전면 금지 방침’ 등은 법원 판결 등을 통해 합의되어 있는 집회·시위의 자유 범위를 좁히는 방향이다. 야당이 국회 다수석을 점하고 있어 법안 통과 가능성은 낮지만, 법안 발의 자체로 집회·시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조계와 시민단체에서는 특정 시간대를 골라 집회·시위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법원 입장과 상충된다고 지적한다. 법원은 특정 시간대라는 이유로 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처분에 대해 지속적으로 제동을 걸고 있다.

가장 최근에 나온 법원 판단을 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신명희)는 금속노조 심야 노숙 집회 금지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심야) 노숙이 전면적으로 금지되는 경우 집단적 의사 표현의 자유인 ‘집회의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 노숙의 개최 시간을 봐도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랑희 ‘인권운동공간 활’ 활동가는 “헌법재판소뿐 아니라 국제인권 규범에서도 일률적인 집회 금지는 문제라고 보고 있다”며 “권위주의 시기처럼 국가가 집회를 통제하려고 한다면 집회는 유엔에서 우려하듯이 ‘특별한 상황에서 열리는 특권’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법 개정과 무관하게 경찰이 이날 밝힌 강경 대응 방침도 논란 거리다. 특히 경찰이 ‘출퇴근 시간대 집회를 제약하고, 과거 집회 전력을 감안해 집회 금지 통고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헌재가 금지한 사실상의 ‘집회 허가제’라는 비판이 많다.

헌재는 2009년 야간옥외집회금지 위헌제청 사건 심판에서 “주최자가 질서 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한 경우에는 관할 경찰관서장이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도 옥외집회를 허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문제삼았다. 당시 헌재는 이 문구가 허가제의 형태를 띠고 있고, 헌법은 집회 허가제를 금한다며 이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면 법 개정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법률 개정안 발의’라는 퍼포먼스를 통해 집회 위축 효과를 노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행법하에서도 경찰은 법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출퇴근 시간대와 심야 시간대 집회금지 통고를 이어가고 있는데, 정부의 개정안 발의는 이런 행동을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제지한다 해도 소송 비용 등이 부담스러운 소규모 단체는 집회를 안 하거나 특정 시간대를 피하는 방향으로 위축될 수 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인 김선휴 변호사는 “시민 불편을 강조해 집회 참여자와 시민들을 갈라치기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법이 개정될 가능성은 적지만, 사전 신고 단계부터 단체들이 위축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집회·시위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청 관계자는 “법을 개정하거나, 기존 법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취지인 만큼 허가제는 아니다”라며 “(금속노조 노숙 집회 허용 판결은) 현재 심야 집회에 대한 제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이번 집회에 한해서만 허용해주라고 결정이 난 것”이라고 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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