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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검찰 ‘봐주기 관행’ 사실로…7년 뭉개다 경찰 나서니 기소

등록 2023-10-04 15:52수정 2023-10-05 00:26

제보자 “검찰, 특수직무유기 혐의 고발 예정”
서울중앙지검.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연합뉴스

‘공무원에게 뇌물 수천만원을 줬다’며 뇌물 공여자가 구체적인 정황과 증거를 제보한 사건을 정식 수사도 하지 않고 종결했던 검찰이 기존 판단을 뒤집고 5년 만에 해당 공무원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수사를 중단한 사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해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자 그제야 기소한 모양새다. 제보자는 당시 검사들을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4일 한겨레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당시 부장 권유식)는 지난 7월 강현도 오산 부시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2015년 2~9월 경기도청 과장급 공무원이던 강 부시장이 당시 게임 사업을 하던 김희석씨로부터 편의 제공 청탁을 받고 7182만원가량의 뇌물을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제보자 김씨는 ‘돈을 건넨 자’라 공소시효 만료로 기소되지 않았다.

 검찰은 2016년 관련 내용을 제보받은 뒤 2018년 8월 이 사건을 내사종결했다. 정식 수사에 들어가지도 않았다는 뜻이다. 앞서 2016년 ‘스폰서 검사' 김형준 전 부장검사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김씨는 강 부시장 사건도 함께 수사해달라고 요구했다. 추가로 강 부시장 사건 수사를 받게 되면 ‘이중 징역'을 살게 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후 별다른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김씨는 자신의 제보로 동료 부장검사를 구속 기소했던 검찰이 자신의 추가 제보를 껄끄러워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2016년 9월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 검사가 작성한 수사보고서 일부. 검찰 수사보고서 갈무리
2016년 9월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 검사가 작성한 수사보고서 일부. 검찰 수사보고서 갈무리

올해 초 경찰이 강 부시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입건해 수사에 나서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검찰의 내사종결에 반발한 김씨가 경찰에 자수했고, 경찰은 수사 끝에 지난 3월 강 부시장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결국 지난 7월 기소됐다. 

2018년 내사종결 처리했던 검찰 수사팀은 ‘문제없던 수사’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온 한석리 당시 서울서부지검장은 “당시 내사 사건 결정문을 읽어보면 왜 무혐의 처분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공여자 자백이 있었는데 정식 사건 전환도 하지 않고 ‘내사종결’ 처리한 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증거가 있음에도 고의를 갖고 사건을 정당한 이유 없이 종결한 것으로 판단되면, 특수직무유기죄가 성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예전에 내사종결한 사안을 재차 기소한 이상, 과거 수사가 제대로 됐는지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1차 수사 당시 김씨가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해 내사종결했다. 이후 (김씨가) 경찰에서 구체적으로 진술한 뒤 검찰에 송치돼 불구속 기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1차 수사 당시 김씨의 피의자신문조서를 보면, 김씨는 강 부시장에게 돈을 지급한 정황을 명확히 진술했고, 검찰은 ‘김씨의 공무원 등에 대한 금품 제공 진술에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고 수사보고서에 적시했다. 

김씨는 5일 오후 2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관련 내사종결 처리에 관여한 검사들을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김씨 대리인 권준상 변호사(법무법인 신사)는 “7년 동안 김씨가 수차례 제보했지만 검찰이 수사하지 않은 (뇌물) 사건”이라며 “당시 검사들이 사안을 인지한 상태에서 수사하지 않은 것이라 특수직무유기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편집자주: 공소장에 담긴 피고인의 혐의는 재판을 거쳐 무죄, 혹은 유죄로 최종 판단을 받게 됩니다. 최종 확정판결 전까지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됩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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