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반인권적 발언으로 설화를 빚은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상임위원이 이번엔 “인권위가 더불어민주당 법안에 대해서는 몇 년에 한 번이라도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전한 인권 관점이 아니라 어느 정당의 발의안인지 고려해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인권위원들 사이에서도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12일 인권위는 상임위원회를 열어 김승남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논의했다. 법안의 핵심은 정정보도가 청구된 기사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가 접근 차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남규선·김용원 상임위원은 ‘언론자유 침해’라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충상 위원도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인권위가 중립을 지켜서,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경우가 몇 년에 한 번이라도 있긴 있어야 하고,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것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몇 년에 한 번이라도 있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중요 사건에 관해 민주당 의원에 대해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경우도 있고 기각한 경우도 있다.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서도 발부한 경우도 기각한 경우도 있다”며 “인권위도 외형상, 통계상으로 (그렇게 해야) 누가 시비를 걸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은 판사 출신이다.
이 위원은 인권위 의견서를 작성하는 사무처 실무진 쪽에도 “민주당이 좀 아파해야 할 것을 반대해야 한다. 그런 것을 골라 써야지, 많이 아플 것 같지 않은 (무난한) 것을 고르면 우리도 말을 못 한다”며 ‘아이템 선정’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위원은 이어 “제 느낌에는 이거(언론중재법 개정안) 반대의견 해도 민주당이 많이 아파할 것 같지 않다. 좀 졸속으로 만든 입법안 같다는 느낌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발언이 끝나자 송두환 인권위원장은 “제3자가 들으면 인권위가 인권의 관점에서 판단하지 않는다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남 위원도 “가장 중요한 것은 독립성”이라며 “오늘 이 안건도 어느 당 의원이 발의했는지 보지도 않았고, 봤다고 하더라도 누가 발의했느냐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자 이 위원은 인권위가 노란봉투법에 찬성 의견을 내고, 탈북어민 강제북송 관련 진정 사건을 기각한 점을 언급하며 “인권위가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해야 할 일은 안 했다”고 반박했다. 이 위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뒤 국민의힘 추천으로 2022년 10월 상임위원에 임명됐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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