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이상훈(뒤 왼쪽) 김옥남 상임위원(뒤 오른쪽)과 함께 선서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전시하에는 재판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 유족과의 면담에서 발언했던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이 국회 국정감사장에 나와서도 같은 취지의 말을 반복했다.
김광동 위원장은 13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성만 무소속 의원이 “관련 발언이 사실이냐”고 묻자 “그런 취지의 발언을 명백하게 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이 “그러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에 피해자로 인식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냐”고 다시 묻자, “아니다. 적대세력에 가담해서 방화와 살인을 저지르는 가해자에 대해서는 당시 상황에서 즉결처분이 가능했다”고 답변했다. 사실과 다른 발언과 함께 “부역혐의자는 죽일 수 있다”는 뉘앙스를 더하면서 민간인 희생자들을 갈라치기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이성만 의원은 “그거는 위원장님이 판단하실 문제가 아니라 충분한 조사와 객관적 검증을 통해서 판단해야 할 문제가 아니냐”고 따졌고 김 위원장은 “종합 검토하고 있다”는 원칙적인 답변만 했다. 이 의원은 김 위원장에게 “위원장으로서 말 조심하라. 거짓과 분열 위원장”이냐며 “(민간인 희생자들에게) 보상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 당장 관두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한국전쟁기 국민보도연맹원 및 예비검속자와 부역혐의자 처형에 대해 그동안 진실화해위가 “전시였다고는 하나 명백한 범죄행위였다”고 내린 결론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며, 대한민국 헌법이 정한 가치는 물론 당시 계엄법을 위반한 불법·범법 행위를 노골적으로 두둔하는 행위다. “즉결처분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당시 군대 안의 즉결처분조차 불법이었다. 국회에 나와 거짓말을 대놓고 한 셈이다.
대법관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그렇게 말할 거면 전시재판이니 국제법은 왜 있는 거냐. 법은 필요없고 정권만 필요하다는 거냐. 논평할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의 한 관계자 역시 “김 위원장이 이제 자신의 말로 공격당하는 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기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광동 위원장이 검찰·경찰 인력을 동원해 내부 감사를 준비 중인 사실도 국정감사 도마에 올랐다. 이성만 의원은 “상급기관인 행안부 감사실에 요청해서 받으면 될 감사를 검찰과 경찰의 파견을 받아 계획중이던데 무슨 의도가 있느냐”고 추궁했다. 또한 ”왜 감사계획서도 없이 외부 인력을 동원해 감사를 추진하느냐. 하필 왜 국정감사 기간이냐”고도 물었다. 김 위원장은 “2년에 한 번 실시하는 정기감사일 뿐”이라고 답했다.
진실화해위는 실제 16일부터 검찰 2명 경찰 2명을 파견받아 내부감사를 실시한다. 진실화해위는 13일 내부 공지를 통해 “(6층) 중회의실을 12월22일까지 감사장으로 활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내부에서도 검찰과 경찰을 동원한 감사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진실화해위의 한 조사관은 “감사와 수사는 다르다. 수사는 어떤 혐의가 드러났을 때 하는 것이다. 내부 기강을 수사 방식으로 다잡아 조사관들을 비롯한 직원들을 위축시키겠다는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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