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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돌려차기’ 생존자 “왜 판사 맘대로 용서하나…국가 2차 가해”

등록 2023-10-22 12:21수정 2023-10-22 20:23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부산지법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비공개로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부산지법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비공개로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해자가 용서하지 않겠다는데 왜 판사님이 마음대로 용서를 하겠다고 하는 겁니까. 재판과 아무 관련도 없는 (가해자의) 반성과 인정, 가난한 불우환경이 재판의 양형기준이 되는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건 국가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것입니다.”

집으로 가던 20대 여성을 성폭행할 목적으로 무차별 폭행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부산고등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한 말이다.

이날 피해자는 형사 재판에서 피해자가 재판의 당사자로 대우받지 못하는 현실과 전혀 반성 없는 가해자로부터 지속적인 보복협박을 당하는 고통 등을 토로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 이아무개씨는 지난해 5월22일 오전 5시께 부산 진구 서면에서 귀가하던 피해자를 성폭행할 목적으로 10여분간 쫓아간 뒤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때려 살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초 이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피해자가 입었던 바지에서 이씨의 디엔에이(DNA)가 검출되는 등 추가 증거가 드러나면서 2심은 이씨에게 강간 살인 미수 혐의(성폭력처벌법 위반)를 적용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6월12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 법원종합청사에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고인 이아무개씨가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 받은 뒤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6월12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 법원종합청사에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고인 이아무개씨가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 받은 뒤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피해자는 검찰이 징역 20년을 구형한 상황에서 1심 법원이 징역 12년을 선고한 것을 두고 “전혀 인정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꾸준히 반성문을 냈었고 이것이 양형기준으로 반영이 됐다. 1심 공판 내내 가해자는 살인미수에 대해 한번도 인정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가해자의 반성과 인정이 양형기준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가해자의) 반성, 인정, 가난한 불우환경이 도대체 재판과 무슨 상관이 있냐”며 “피해자가 용서하지 않겠다는데 왜 판사가 마음대로 용서를 하겠다고 하나. 사법부가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이건 국가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해자 이씨의 보복 협박도 피해자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피해자는 “(재판부가) 어느 기록도 보여주지 않아서 공판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가해자는 피해자가 공판 때마다 열심히 참석한 그 모습이 (본인의) 형벌을 많이 키웠다(고 주장하며) 증오심을 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가해자는 현재 (저의) 주소를 달달 외우면서 구치소 같은 방 재소자한테 ‘외출하면 찾아가서 죽이겠다’ 같은 이야기를 했다. 혼자서 피해를 감당했으면 끝날 일이 괜히 가족까지 이어지는 것 같아 숨이 막히는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교정당국은 이씨를 부산지검 서부지청에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과 모욕 혐의로 송치한 상태다. 이씨는 부산구치소에 있을 당시 재소자들에게 “여섯 대밖에 안 찼는데 발 한 대에 2년씩 해서 12년이나 받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에 그냥 죽여버릴 걸 그랬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지막으로 피해자는 이런 말을 남기고 국정감사장을 떠났다.

“저는 20년 뒤에 죽을 각오로 열심히 피해자들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사건을 계기로 많은 범죄 피해자들을 구제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재판)은 그냥 하나의 업무가 아닙니다. 그분(피해자)들에게는 인생입니다. 숫자로만 치부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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