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공무원이 현장 위생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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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정아무개(42)씨는 기존 살충제로 빈대 퇴치가 어렵다는 말에 놀라 최근 빈대 차단용 매트리스 커버를 구입했다. 고무줄이 달려 매트리스 윗부분만 가리는 일반적인 형태와 달리 매트리스 전부를 밀봉하는 빈대 차단 커버에는 ‘진드기도 탈출할 수 없다’는 설명글이 달려있었다. 정씨는 “빈대가 먹지 않아도 몇십일씩 산다지만 밀봉해 못 나오면 방법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최근 ‘빈대 공포(포비아)’가 확산하면서 빈대 퇴치 제품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에스엔에스(SNS) 상에선 확인되지 않은 빈대 가짜 퇴치법도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온라인몰 지(G)마켓은 이달 1~7일 침구 청소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740% 늘었고, 빈대 차단용 침대 커버는 판매량이 110% 늘었다고 8일 밝혔다. 또 고열 스팀기 구매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65% 늘었다. 빈대 퇴치제 판매량은 852% 급증했다.
빈대는 감염병을 옮기지는 않지만, 인체 흡혈로 가려움을 유발하거나 2차 감염,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해충이다. 주로 야간에 인간을 흡혈하는 습성 때문에 수면 방해를 유발한다. 이런 특성 탓에 빈대는 주로 사람이 잠드는 침대에서 주요 발견된다. 이에 침구류 관리는 ‘빈대 예방’에 중요한 요소로 꼽혔다.
‘빈대 포비아’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확인되지 않은 퇴치법 관련 콘텐츠도 늘고 있다. 그 중에는 규조토가 빈대의 수분을 흡수해 질식시키게 한다며 규조토 가루를 방안에 뿌려두라는 등의 내용도 있다. 하지만 규조토는 폐에 축적되면 잘 제거되지 않아 인체에도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바퀴벌레가 천적이라며 바퀴벌레를 풀어야 한다거나, 24시간 내내 방 불을 켜두라는 식의 대응 방식도 공유되고 있다. 이런 내용은 빈대 퇴치와 전혀 관련이 없다.
8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교통공사 용산차량기지에서 최근 확산하는 빈대를 예방하기 위해 특별 살충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질병관리청 빈대 대응 방식을 살펴보면, 고온 살균 방식이 권장된다. 빈대가 서식하는 가구 틈과 벽 틈에 스팀 고열을 분사하거나 빈대에 오염된 옷들은 50도 이상 건조기에서 30분 이상 처리하는 것이 좋다. 이런 방식과 동시에 살충제 방제를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동규 고신대 교수(보건환경학)는 “효과가 오래 지속하는 살충제를 쓰고, 훈연 살충제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수분이 있는 고온 스팀을 사용해도 좋다”며 “특히 빈대 알은 쉽게 방제가 되지 않기에 최소 한 달에 3번 이상은 방제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