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캠핑 이용객이 늘어나는 가운데, 텐트 난방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일산화탄소 중독에도 비상이 켜졌다. 경보기 제품을 찾는 이들은 늘고 있지만, 제품이 워낙 다양해 오히려 혼동을 주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가스누설경보기’란 정확한 명칭을 사용해 검색하고 제품 안내 사항을 꼼꼼히 읽은 뒤, 정확한 위치에 부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13일 일산화탄소 경보기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 5곳의 설명을 들어보면, 겨울철을 맞아 일산화탄소 누설 경보기 관련 상품 문의와 판매가 잇따른다고 한다. 한 경보기 판매업체는 “지난주와 비교해 경보기 판매 대수가 20∼30% 늘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체는 “지난주 40개씩 팔리던 경보기가 어제는 60개 정도 팔렸다”고 했다. 전날 경기 여주의 한 캠핑장에서 50대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50대 부부가 머문 텐트 안에는 숯불을 피운 흔적이 발견돼 소방 당국은 이들의 사인을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보고 있다. 일산화탄소는 색과 냄새가 없어 중독에 취약하다. 별도의 경보기를 마련하지 않고서는 일산화탄소 누출을 예방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시중에 일산화탄소 경보기 관련 난립해 판매되고 있어 오히려 캠퍼들에게 혼동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넷 쇼핑몰에선 일산화탄소 경보기 관련 상품이 ‘감지기’, ‘탐지기’, ‘경보기’ 등의 여러 이름으로 검색된다. 상품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한국소비자원 누리집을 보면, 해외에서 수입된 일산화탄소 경보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리콜(환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 이에 캠퍼들 사이에선 “어떤 제품을 사야 하느냐”는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겨울 캠핑을 자주 다닌다는 신영묵(46)씨는 한겨레에 “몇 년 전에 인터넷에서 일산화탄소 감지기를 샀는데 실제로 보니 좀 허술해 사용하는 데 걱정됐다. 3~4번 사용하고선 못 미더워서 잘 쓰지 않았다. 그 뒤론 불을 피우지 않고 전기장판으로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교수(소방방재학)는 “(일산화탄소 경보기) 품질은 인명안전과 직결되는 부분이지만, 시중에선 신뢰성 있는 상품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라며 “최대한 저가형 상품은 피하는 것이 좋고 사용하더라도 설치 위치를 정확하게 확인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소방청은 소방안전기술원의 인증을 받은 제품을 구매할 것을 추천했다.
상품을 찾을 땐 ‘가스누설경보기’란 명칭을 사용할 것도 권장했다. 한국소방안전기술원 관계자는 “정확한 명칭은 가스누설경보기다. 감지기, 탐지기란 단어는 쓰지 않는다”며 “국내에선 이 이름으로 판매된 제품은 기술원 승인을 받은 제품이라 꼼꼼한 검증을 받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에서 직접 가져온 제품은 모니터링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정봉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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