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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지적장애인 노예처럼 부리다 건물주 죽이게…모텔업주 살인교사 혐의 기소

등록 2024-01-11 17:09

영등포 80대 건물주 살인 사건
중증 지적장애 직원 ‘가스라이팅’ 해
월급 안 주고 장애인수급비 가로챈 혐의도
지난해 11월12일 80대 건물주가 살해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의 한 건물 옆으로 살인 피의자 30대 김아무개씨가 일하던 모텔이 보이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중증 지적장애인을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해 수년간 착취하고 재개발 관련 분쟁의 상대인 80대 건물주를 살해하도록 지시한 40대 모텔업주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부장 서원익)는 서울 영등포구 ‘80대 건물주 살인 사건’과 관련해 살인교사,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 위반, 준사기 등의 혐의로 40대 모텔업주 조아무개(44)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조씨는 지난달 12일 자신이 운영하는 모텔 주차장 직원 김아무개(33)씨에게 주차장 건물주 80대 ㄱ씨를 살해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김씨는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있는 ㄱ씨 소유 건물 옥상 6층에서 ㄱ씨를 살해한 뒤 달아나고, 조씨는 김씨의 도주 과정이 찍힌 시시티브이(CCTV) 영상을 삭제해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검찰은 조씨가 최근 재개발 분쟁으로 갈등이 생긴 ㄱ씨를 살해하려고 별다른 접점이 없던 김씨가 ㄱ씨에게 반감을 갖도록 심리적 조종을 했다고 판단했다. 조씨는 지난 2022년 9월부터 ㄱ씨와 영등포 공공주택 재개발 관련 부동산 컨설팅 계약과 관련해 다투기 시작했고, 최근엔 조씨가 노리던 해당 재개발 사업 조합장 선출에 ㄱ씨가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서 갈등이 고조된 것으로 조사됐다.

모텔업주 조아무개(44·A)씨, 관리 직원 김아무개(33·B)씨와 80대 건물주 ㄱ(C)씨 관계도. 서울남부지검 제공

이에 조씨는 ㄱ씨를 살해할 마음을 먹고 김씨에게 ‘ㄱ씨가 너를 욕한다’, ‘우리를 무너뜨리려고 한다’는 등 거짓말을 해 강한 적대감을 갖도록 하고, 지난해 8월부터 김씨에게 복면·우비·흉기 등 범행도구를 구매하게 했다. 범행 무렵엔 ㄱ씨의 동선을 미리 알려주고, 범행 장소의 시시티브이를 돌려놓도록 하는 등 구체적으로 범행을 지시했다고 한다.

검찰은 조씨가 김씨를 심리적 지배한 상태에서 범행을 계획했다고 봤다. 조씨는 지난 2019년 가족에게 버림받고 쉼터를 떠돌아다니던 중증 지적장애인 김씨를 데려와 숙식을 제공하고 ‘나는 네 아빠로서, 형으로서 위하는 사람이다’라는 취지로 말하며 심리적 지배 관계를 형성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지난 2020년부터 약 3년 4개월간 김씨에게 모텔·주차장 관리 일을 시키면서도 임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 김씨가 모텔에서 지내지 않는데도 모텔 방세 명목으로 매달 장애인 수급비 50만~60만원을 가로채기도 했다.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건 이후 모텔 시시티브이를 포맷하고 혈흔을 닦았지만, 김씨의 범행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한 일이다. 김씨는 경찰의 회유로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 송치 후에도 “김씨의 우발적 단독범행일 뿐이다. ㄱ씨는 동업관계라 살인을 교사할 이유가 없다”고 범행을 극구 부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씨는 장기간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살인 범행을 준비하고 실행했다”며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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