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록씨와 경로다른 사옥설계 관련자
검찰, 다음주 정회장 피의자 신분 소환
검찰, 다음주 정회장 피의자 신분 소환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주임검사 최재경)는 9일 현대차그룹이 서울 양재동 본사 연구센터(쌍둥이 빌딩) 신축 인허가를 받을 때 김재록(46·구속)씨말고도 다른 경로를 통해 로비를 벌인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 연구센터의 설계에 관여한 ㅊ아무개씨가 신축 인허가를 받고자 로비를 벌인 단서를 잡고 조만간 ㅊ씨를 다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검찰은 현대차그룹 비리 관련 내사를 한창 벌이던 지난해 12월 ㅊ씨를 한차례 체포해 조사한 뒤 풀어줬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대형 건물 공사는 설계부터 인허가까지 책임지는 ‘턴키(일괄수주) 방식’으로 설계권을 발주하는 게 관행”이라며 “ㅊ씨가 인허가까지 받아내는 대가로 설계권을 따낸 뒤 실제로 로비를 벌인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ㅊ씨의 활동은 김재록씨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해, 현대차가 연구센터를 짓기 위해 다양한 경로를 통한 ‘문어발식’ 로비를 벌인 정황을 잡았음을 내비쳤다. 검찰은 최근 서초구청과 건교부 실무 담당자를 조사한 데 이어 이번주 안에 서울시 관계자를 불러 현대차 쪽의 로비를 받았는지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8일 새벽 귀국한 정몽구(68) 회장을 다음주쯤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정 회장은 단순 참고인은 아닐 것”이라고 말해, 정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부를 방침을 분명히 밝혔다. 검찰은 정 회장 조사에 앞서 정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36) 기아차 사장을 이번주 안에 소환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앞서 정 회장은 8일 아침 5시15분께 인천공항에 내린 뒤 비자금 조성 여부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하고, 김재록씨와의 친분도 “만날 때 악수 정도 하는 사이”라고 말하는 등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검찰은 또 참여연대가 정 회장 등의 계열사를 이용한 불법적인 지분 확보를 묵인한 글로비스 이사들을 배임 혐의로 고발하면 이를 현대차 비자금 사건과 합쳐 수사할 방침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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