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씨 행적 의문점 분석
박근혜 대표에게 자상을 입힌 지아무개(50)씨의 행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으나 의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와 주변 인물의 증언을 토대로 의문점을 분석했다.
오세훈 후보를 노렸나?=지씨는 23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한 송경근 서울서부지법 판사에게 “오세훈 후보를 노렸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더는 자세한 진술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 판사도 “지씨가 범행 동기를 말하면서 횡설수설하는 도중에 오 후보를 노렸다는 얘기도 했지만, 논리가 전혀 없는 진술이어서 더 캐묻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지씨의 친구들은 23일 “지씨가 지난 3월 정수기 업체인 ㅊ사에 취직해 업무교육까지 받았지만, ‘수당’을 받으려면 100만원짜리 정수기를 사야 한다는 업체 쪽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그만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ㅊ사는 오 후보가 한동안 광고모델로 나왔던 회사여서 실직에 대한 불만이 해당 업체 광고모델을 한 오 후보를 향해 터져나온 게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하지만 정작 지씨는 애초 목표가 오 후보였다면 왜 현장에선 박 대표를 공격했는지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애초 노린 인물이 누구였는지, 대상이 바뀌었는지에 대한 해답은 여전히 지씨가 쥐고 있는 셈이다.
휴대전화와 통화료의 출처?=검거 당시 지씨는 70만원대의 디엠비 휴대전화를 갖고 있었다. 지씨는 검찰에서 “할부로 샀고 통화료는 한달에 10만∼15만원 정도 나왔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지씨는 갱생보호공단에서 나온 3월 이후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로 한달에 18만원의 정부 보조금을 받는 게 공식적인 수입의 전부다. 이에 대해 지씨 친구 ㅎ씨는 “보름 전 만났을 때 지씨가 ‘청송감호소에 알게 된 친구가 내 신용이 깨끗해 대출을 받아준다고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다른 지씨 친구 ㅈ씨는 “지씨가 140만원 한도의 신용카드를 갖고 있었고 주로 유흥비로 썼다”고 말했다. 검·경이 수사를 통해 집중적으로 밝혀야 할 대목이다.
아이스크림을 6개나 산 까닭은?=배후 혹은 공범의 존재 여부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이다. 지씨가 범행 당일 신촌의 한 편의점에서 1시간30분 동안 세차례에 걸쳐 아이스크림을 6개나 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선 지씨의 지병인 당뇨병 탓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지씨가 저녁 시간을 앞두고 갑자기 저혈당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고 다량의 아이스크림을 섭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내과의사는 “당뇨병 환자가 갑자기 많은 당분을 섭취하면 흥분상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씨가 과감한 범행을 위해 일부러 많은 양의 당분을 섭취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열린우리당과의 관계?=지씨는 가출소 뒤 갱생보호공단 생활관에 머물 당시 이 지역 열린우리당 ㄱ의원 후원회 사무실을 찾아가 취직을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ㄱ의원의 ㅈ보좌관은 이날 “지씨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후원회 사무실로 두차례 찾아와 억울함을 호소하며 취업을 도와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사무실을 찾아온 다른 민원인에 대한 상담 수준을 넘지 않았다”며 “지씨에게 일자리를 알선해 준 적도 없을 뿐 아니라 다른 어떤 만남이나 약속을 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전종휘 김영환 기자 yw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