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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매각의혹 배후엔 막강입김 재경부출신 ‘모피아’

등록 2006-06-20 19:22수정 2006-06-21 08:42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위원회 앞에서 열린 외환은행 매각 관련 의혹규명 촉구 집회에 참석한 외환은행 노조원들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경호 기자 <A href="mailto:jijae@hani.co.kr">jijae@hani.co.kr</A>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위원회 앞에서 열린 외환은행 매각 관련 의혹규명 촉구 집회에 참석한 외환은행 노조원들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견제없는 경제권력’ 형성
합법적 절차 무시 일쑤
2002년 11월5일 이강원 외환은행장이 과천청사로 변양호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찾아왔다. 그는 변 국장에게 “외자유치 협상 결과, 관심을 기울인 곳은 론스타밖에 없는데, 론스타는 외자유치가 아닌 경영권 인수를 원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당시 외환은행 대주주는 한국은행, 수출입은행, 코메르츠뱅크 등이었다. 그러나 이 행장은 오직 재경부하고만 협의했다. 외환은행 이사회가 이 행장으로부터 론스타 협상 진행 상황을 보고받은 건 8개월여가 지난 이듬해 7월28일이었다.

변 국장은 협상 과정에서 론스타가 콜옵션(외환은행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요구하자, 행사가격을 ‘4250원과 시가의 중간값’으로 정한 뒤 외환은행 대주주인 수출입은행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수출입은행의 항의는 묵살됐다. 변 국장은 또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은행 대주주가 될 수 없다는 자격 문제가 걸림돌로 제기되자, 그해 7월15일 청와대,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 등을 모두 불러모은 관계기관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김석동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현 재경부 차관보)은 회의 뒤, 론스타에 대한 ‘예외 승인’의 불가피성을 금감위원들에게 강조했다. 그리고 7월25일, 금감위원 9명 중 3명만이 참석한 비공식 간담회에서 ‘예외 승인’ 동의가 나왔고, 금감위는 이를 론스타 쪽에 통보했다.

감사원의 외환은행 감사 결과를 보면, 자격도 없는 론스타에 헐값으로 외환은행을 파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어떻게 가능했는지가 잘 드러난다. 당시 정부 당국이 내린 정책적 판단의 적정성이나, 외환은행이 얼마나 헐값에 팔렸느냐를 따지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중요한 결정이 극소수 금융관료와 금융권 인사들에 의해 밀실에서 이뤄진 뒤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구도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학연과 고시 선후배 등으로 엮인 이른바 ‘모피아’(옛 재무부·현 재경부 출신 인사) 금융관료들이 국가 경제의 주요 요직에서 서로 긴밀한 인적관계(네트워크)를 구축하며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피아는 이제 관료 출신이라는 울타리를 뛰어넘어 학맥과 인맥을 통해 민간 금융계 인사들로 더욱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감사에서 밝혀지진 않았지만, 외환은행 헐값매각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이른바 ‘이헌재 사단’이 대표적 실례다. 이헌재 사단이 외환은행 사태의 배후라는 주장이 계속 나오는 것은 모피아를 중심으로 한 금융계 파워엘리트들이 지금까지 그만큼 막강한 힘을 휘둘러 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이 이번 사태를 ‘모피아 게이트’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도 이번 사건을 “모피아의 권한남용이 빚은 관치금융의 결정판”이라는 성명을 냈다. 심 의원실 자료를 보면, 예전에 비해 그 수가 줄었다고 하나, 재경부와 금감원 출신 금융관료들은 공기업·민간은행·협회 등 국내 금융 관련기관 요소요소에 포진해 있다. 금융은 사안이 민감한데다 각종 규제가 촘촘히 엮여 있어 정책을 다루고 처벌권을 갖고 있는 금융당국과 말이 통하는 인사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가 그 금융기관의 경쟁력과 연결되는 측면이 있다. 법무법인이나 컨설팅사들이 이들 고위직 금융관료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심상정 의원실의 임수강 보좌관은 “금융에서 어느 정도의 관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투명성과 절차적 합법성이 보장되는 시스템이 형성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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