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이 열개라도… CJ푸드시스템 이창근 대표이사가 26일 서울 양천구 목동 CJ푸드시스템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허리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CJ푸드 사업 철수…정부, 중고교 급식 직영 유도키로
단체급식 관리감독 일원화 ‘소걸음’
업체 책임소재 모호 근본대책 미흡
단체급식 관리감독 일원화 ‘소걸음’
업체 책임소재 모호 근본대책 미흡
씨제이푸드시스템이 학교급식 사업에서 전면 철수하기로 하고, 정부와 여당도 중고교 급식을 위탁에서 직영으로 바꾸도록 유도하기로 함으로써 학교급식 체제의 큰 틀이 바뀔 전망이다. 그러나 과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인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당정은 지난 15일 첫 사고 발생 이후 열흘이 지난 26일 회의를 열어 위탁급식업체에 포괄적으로 책임을 묻기로 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위탁급식업체들이 지금처럼 유통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뿐 아니라 납품업체들의 식자재 사고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을 묻도록 했다. 또 교육부가 중·고교 급식을 위탁에서 직영으로 바꾸도록 추진하고 국회에 계류 중인 학교급식 관련 법안들도 이른 시일 안에 처리하기로 했다. 전체 학생의 6%에 이르는 저소득층 자녀가 밥굶는 일이 없도록 예산으로 뒷받침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이런 대책만으로 사고가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어 보인다. 구체적인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번 사고는 오염된 식자재 또는 가공·보관 과정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직영이든, 위탁이든 식자재가 오염되거나 가공 과정이 깨끗하지 않으면 언제든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대책이 식자재의 청결성이나 냉장·냉동 보관 과정 등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포함하지 않은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식중독 원인이 지하수나 식수원일 가능성이 제기되는데도 수질검사 문제는 대책에서 빠져 있다.
급식업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2003년 집단 식중독 사고가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책임 소재가 모호해졌던 점도 이런 우려를 낳게 한다.
관리감독 부서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단골 지적사항이다. 현재 학교급식소 등 단체급식소에 대한 관리감독은 각 교육청과 시·도 등 지방자치단체, 식품의약품안전청 등으로 나뉘어 있다. 식품안전 당국인 식약청은 교육당국으로부터 통보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이 빚어지는 등 정부 기관 협력체계의 허점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중국산 김치’ 파동 때 식품의약품안전청, 농림부, 해양수산부 등에 흩어져 있는 식품안전관련 업무를 식품안전처를 신설해 일원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곽동경 연세대 교수(식품영양학)는 “식자재 공급업체의 업종을 명확하게 분류하고, 사업 인·허가나 유통과정 관리 감독체계를 바로세워 학교에 안전한 식자재가 공급되도록 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전제로 직영전환 및 책임강화, 강력한 단속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창근 씨제이푸드시스템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고에 큰 책임을 통감한다”며 “시민단체, 학부모 의견에 공감해 ‘학교 급식 직영화’가 조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오늘부터 전국 93개 초중고뿐 아니라 35개 대학의 학교 급식 사업에서 전면 철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또 학교 급식 직영화가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이미 투자한 220억원의 급식시설을 학교에 무상 기부하기로 했다. 씨제이푸드 쪽은 “직영화가 끝날 때까지 영양사를 해당 학교 급식장에 그대로 상주시키고 인건비는 회사에서 부담할 것”이라며 “이번 사고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학생들에 대한 치료비도 전액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창곤 윤영미 박주희 기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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